국내 증시 상승의 ‘걸림돌’로 취급받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주가 반등 가능성에 힘이 실리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서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부활해 코스피지수의 대세 상승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큰손들의 투자심리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주(3~7일)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3814억원어치 팔아치운 외국인이 이번주 3거래일간 1910억원어치 순매수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 1위에서 순매수 1위로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18조5168억원어치 내다 판 외국인 기류가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기관의 흐름도 다르지 않다. 최근 3거래일간 삼성전자를 2273억원어치 사들여 지난주(543억원)보다 순매수 규모를 네 배 이상 키웠다. 순매수 종목 2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538억원)와 큰 차이로 1위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투톱’을 이루는 SK하이닉스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주 이 회사 주식을 3415억원어치 사들인 외국인은 이번주 727억원으로 순매수 규모를 줄였다. 딥시크 등장의 여파로 ‘엔비디아 진영’에 대한 투자심리가 주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 20만원 안팎에서 횡보 중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엔비디아 가속기(GPU) 독점에서 자체 주문형반도체(ASIC)로 시장이 다변화되면서다. 좀처럼 엔비디아 공급망을 뚫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점도 긍정적이다. 리더십 재건에 투자자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죄 판결 직후 이 회장은 ‘스타게이트’(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와 관련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긍정적으로 바뀐 환경에 비해 밸류에이션은 아직 그대로다. 주가 하락 위험이 제한된 반면 상승 여력은 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환율 상승세가 둔화된 점도 외국인 귀환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작년까지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 투자의 위험 요인이었다면 올해는 삼성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게 리스크”라며 “삼성전자 보유 비중을 늘리는 운용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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