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취직에 성공한 사회초년생 김모씨(24)는 요즘 다이소에서 장을 본다. 3000원짜리 잠옷부터 입술에 바르는 립글로스, 컵라면, 햇반까지 다이소에서 샀다. 화장품은 올리브영을 이용해왔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발길을 끊었다. 생활물가가 크게 올라 주머니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우려 해도 7000원 가까운 돈을 지출해야 할 정도로 물가가 오르다 보니 돈 쓰기가 정말 무서워졌다”고 했다.
김씨의 소비생활 변화는 다락같이 오른 요즘 물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경제신문이 12일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이달 대형마트·편의점·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상품 평균 가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464개 품목 중 절반가량(227개)이 지난해 12월보다 비싸졌다. 세제·샴푸·티슈 등 반복 구매가 잦은 생필품은 56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유한킴벌리의 ‘크리넥스 울트라클린 30롤’은 2만8784원에서 3만4812원으로 21% 상승했다.식료품 가격 오름세도 가파르다. 가공식품에서만 140개 품목 가격이 올랐다. 사조대림 맛살은 29%, 롯데칠성 비타민 음료는 24% 상승했다. 신선식품군에서도 배추(46%) 계란(17%) 갈치(16%) 등 농·축·수산물이 일제히 오르면서 전체 56개 품목 중 절반 이상(31개)이 비싸졌다.
식품업계에서는 음식값이 당분간 안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여파로 수입물가가 급등하고 인건비 부담도 늘었는데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5%대 중반에 불과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추장, 간장 등 양념류와 카놀라유 등의 가격까지 크게 올라 음식점 가격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약값도 오르고 있다. 소화제(8.3%)와 피부질환제(7.8%), 감기약(5.2%) 등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3%)을 웃돌았으며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보령은 진해거담제 ‘용각산쿨’ 가격을 7~8% 인상했다. GC녹십자는 간판 품목인 소염진통제 ‘탁센’ 가격을 다음달 16% 올리기로 했다. 박카스도 3년 만에 10% 이상 오른다.
우황청심원의 원재료인 우황 가격이 2010년 ㎏당 180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2억6000만원으로 급등하면서 한방약 가격을 밀어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한방약 소비자물가지수는 124.63으로 전년(112.82)보다 10.5% 올랐다. 이 지수 상승률이 10%를 넘어선 것은 물가지수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전방위적인 생활물가 인상에 실질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고소득층보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이 된다”며 “이로 인해 소비가 둔화하면 전체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이영애/정희원 기자
사진=김범준/이솔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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