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가족에게 손대는 놈은 가만두지 않겠어.”
12일 일본 도쿄 라인프렌즈스퀘어 시부야에 마련된 ‘입학용병 팝업스토어’에 들어서자 비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화 상영관 형태의 132.2㎡(약 40평형)짜리 체험형 미디어 공간. 한국 웹툰 ‘입학용병’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15분짜리 특별 영상이 끝나는 순간, 박수가 쏟아졌다. 관람객들은 “스고이(굉장하다)”를 연발했다.
다나카 타이키 IPX(라인프렌즈) MD 겸 프로젝트 매니저는 “라인망가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입학용병의 세계관에 더 몰입할 기회를 만든 것”이라며 “라인망가와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IPX가 손잡고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에선 웹툰 속 캐릭터가 착용하는 의상과 소품을 재현한 굿즈(상품) 100여 종도 전시·판매 중이었다. 작품 초기 미공개 일러스트를 공개하고 캐릭터별 등신대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했다.

관람객은 주로 30대 남성, 20대 여성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나카 매니저는 “인기 IP의 세계관을 현실에 제대로 구현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며 “504㎞ 떨어진 일본 서쪽 끝 오사카에서 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관람객 한 명이 7만엔(약 66만6000원)어치 상품을 구매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2020년 11월 한국에서 처음 연재된 이 작품은 2021년 9월 일본에서 정식 서비스됐다. 연재 시작 2년 만에 라인망가 누적 조회 수 4억회를 돌파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라인망가 매출·조회 수 1위에 올랐다. 영어, 중국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서비스 중이다. 2023년 말에는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5억회를 넘겼다.
팝업스토어를 찾은 대학생 아미 씨(21)는 “입학용병을 계기로 라인망가에 ‘입문’했다”며 “학교 공강 시간에 ‘요즘 라인망가 뭐 보니’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라인망가는 일본에서 더 공격적으로 입학용병 IP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을 넘어 네이버 차원의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의 핵심 줄기다. ‘일본 만화시장을 잡으면 글로벌 시장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세계 최대 만화시장인 일본에서 웹툰을 포함한 전자만화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일본 전국출판협회·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전자만화시장은 4830억엔(약 4조6250억원)으로 전체 만화 시장의 69.6%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자만화시장은 2023년보다 6% 증가한 5122억엔(약 4조8765억원)으로 추산됐다.
IP 확장 전략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캐릭터, 라이선싱 시장이 발달해있어서 캐시카우(수익원)를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며 “판촉·광고 등 프로모션뿐 아니라 카페, 전시회, 게임 등 체험형 이벤트로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라이선싱 협회인 라이선싱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23년 일본 캐릭터·라이선싱 시장 규모는 125억6000만 달러(약 18조2400억원)다. 1년 전보다 11.5% 성장했다.
‘제2의 입학용병’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라인망가를 운영하는 라인디지털프론티어는 지난달 일본 웹툰제작 스튜디오 ‘주식회사 넘버나인’에 지분 투자를 했다. 네이버가 해외 웹툰 제작 스튜디오에 투자한 첫 사례다.
도쿄=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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