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김하늘(8) 양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 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조교수가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전 서구 초등학생 살인 사건과 관련해 "이번 비극이 우울증을 앓는 교사들이 이를 숨기고 오히려 치료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하늘이는 제 딸과 동갑이다"라며 "기사만 읽어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어린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면서 "'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하늘이법'을 만들어 심신미약 교사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말씀은, 정신과 의사인 저조차 쉽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경의를 표했다.
"내 머릿속에 폭탄을 넣어놨다"며 흉기를 휘두른 환자의 난동에 유명을 달리한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사건을 거론하기도 했다.
나 교수는 "당시 환자의 손에 돌아가신 임세원 교수님의 유족은 오히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반성이 없는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검찰의 구형대로 무기징역형 선고를 검토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조현병이 이 사건 범행이 원인이 됐다고 인정되는 점을 감안해 유기징역형으로 법률상 감경한다"며 징역 25년과 함께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령했다. 박씨는 이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나 교수는 이어 "'하늘이 법'은 교사들이 아무 불이익 없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면서 "비단 교직에 해당하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고작 10%만 치료받는 우리의 현실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OECD 평균 우울증 치료율은 50~60%이고, 미국은 60%가 넘는다"면서 "정신 건강에 대해서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공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 올린 글을 통해서도 "가해자는 응당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지만,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이 우울증 휴직 전력을 앞다투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면서 "이와 같은 보도는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강화해 도움을 꼭 받아야 할 사람들이 치료받지 못하게 만들어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나 교수는 2023년 1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당시 그는 언론에서 자살을 보도할 때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극단적 선택'은 말 자체에 선택을 포함하고 있지만 자살을 선택지에 놓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는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 정신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투병했다고 표현하는데 정신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 선택했다고 하는 것은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며 완곡한 표현이 자살을 예방한다거나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과 하버드 보건대학원, 뉴욕대 레지던트를 거쳐 현재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날 경찰에 따르면 전날 하늘 양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자백한 교사 A(48·여)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9일 6개월의 질병 휴직을 냈으나 연말 조기 복직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업에서 배제돼 짜증 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는 돌봄교실 옆 시청각실에서 기다리다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하늘 양을 표적으로 삼았다. 그는 "누구든 상관없이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면서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들어오게 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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