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거장' 에이나우디 "성공에 안주하기보단 새로운 음악 탐험하고파"

입력 2025-02-14 00:01   수정 2025-02-14 09:26



“제 음악을 통해 우리의 인생이 사방이 갇혀 있는 갑갑한 삶이 아니라, 여전히 숨 쉴 공간이 있는 삶이라는 걸 많은 사람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70)는 13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는 “삶에서 경험한 각기 다른 순간들이 다시 내게 찾아왔을 때 비로소 음악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며 “하나의 앨범이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한 권의 책이라면, 각각의 음악은 여러 개의 챕터와도 같다”고 설명했다.

에이나우디는 오늘날 세계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음악가 중 하나다. 그의 자작곡 ‘익스피리언스(Experience)’는 틱톡에서 130억 회 조회수를 넘겼고, 그가 2016년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초청으로 노르웨이 빙하 위에서 자작곡 ‘북극을 위한 애가(Elegy for the Arctic)’를 연주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2200만 회를 돌파하며 환경 파괴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운 바 있다. 그는 스포티파이를 포함한 전 세계 음원 서비스에서 390억 스트리밍을 기록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들은 영화음악으로 특히 유명하다.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아마도 그 음악이 에이나우디의 곡인 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영국 일간지 가디언)란 표현처럼, ‘블랙스완’ ‘언터처블: 1%의 우정’ ‘닥터 지바고’ ‘인시디어스’ 등 수많은 명작에서 그의 음악을 쉽게 들어볼 수 있다.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그의 작품이 삽입된 두 개의 영화 ‘노매드랜드’와 ‘더 파더’가 각각 3관왕, 2관왕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에이나우디가 2017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오는 4월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익스피리언스(Experience)’ 같은 대표곡과 함께 지난달 발매된 신보 ‘더 서머 포트레이츠(The Summer Portraits)’ 수록곡 일부를 들려준다. 그는 “이번 앨범은 열 살 무렵 가족과 함께 지중해에서 보낸 3개월의 여름방학 기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결과물”이라며 “어린 소년이 새로운 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발견하고, 탐험하며 자유를 만끽했던 시간, 마치 천국 같았던 소중한 추억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에이나우디는 이탈리아 명문 출판사의 사장인 아버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음악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피아노로 쇼팽, 바흐, 슈만의 음악을 자주 쳐주셨기에 선율은 내게 언제나 친숙했다”고 했다. 그는 비틀스, 빌리 아일리시, 라디오 헤드, 에미넴 등 대중음악도 즐겨 듣는다. 이어 그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저널>을 항상 읽고 다니면서 좋은 영향을 받는다”며 “인간이 자연의 아름다움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돈을 버는 데만 관심을 가지는 행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살아갈 때 느끼는 변화 등을 읽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했다.



에이나우디는 밀라노 음악원에서 이탈리아 전위음악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인 루차노 베리오를 사사했지만, 그의 음악은 난해하거나 실험적이지 않다. 자연을 주제로 하는 명상적이거나 서정적인 작품이 주를 이룬다. 쇤베르크 이후 많은 작곡가가 조성(調聲)이 없는 음악을 쓰고자 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그는 “음악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조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리듬을 사용해선 안 된다’ 같은 규칙을 만드는 것이 더욱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성이 음악의 기본이란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70년 평생 음악을 동반자 삼아 살아온 인생이지만 여전히 그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5년 전, 10년 전 성공한 음악이 있다고 해서 그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싶진 않습니다. 예술을 창조하는 힘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토를 탐색하고, 발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때론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길을 알 수 없어서 힘들 때도 있지만, 앞으로도 스스로를 믿고 본능대로 에너지를 표출하며 음악가로서의 길을 계속 나아가고 싶습니다(웃음).”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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