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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워 쓴 시에 담은 건 인생이었네…'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종합]

입력 2025-02-13 17:16   수정 2025-02-14 10:13


"우리는 가시나,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 가장 시를 쓰기 좋은 나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현장에는 강병원 프로듀서, 김재환 예술감독, 오경택 연출가, 김혜성 작곡가, 김하진 작가 등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이 참석했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원작으로 한다. 70~80대의 나이에 문해 학교를 통해 난생처음 글을 배운 칠곡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희망차고 감성적인 넘버들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팔복리'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설정해서 한 평생 글을 읽지 못하는 설움과 창피함 속에 살았던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시를 쓰면서 인생의 재미를 되찾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그려냈다. 넘버는 모두 실제 칠곡 문해 학교 할머니들이 쓴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 의미를 더했다. 할머니들의 사연이 녹아든 20여 편의 시가 5인조 밴드 연주와 어우러져 작품 내내 뭉근한 감동을 안긴다.

2022년 개발에 들어가 2023년 리딩 쇼케이스, 지난해 실연 심의를 거친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진정성 있게 무대로 옮겨진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다 보면 금방 한 시간이 지나가 있다. 어려운 구석 하나 없이 인간미가 철철 넘치는, 오랜만에 만난 정겹고 푸근한 작품이다.

강병원 프로듀서는 "'칠곡 가시나들' 다큐멘터리 속 할머니 학생들이 하루하루를 재밌고 즐겁게 살아가는 걸 보고 이런 작품을 제작해 관객분들께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작품의 주 관객층을 정말 많이 고민했다. 어머니와 보면 좋은 작품이지만, 20~30대 관객분들도 공감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은 작품의 방향성이었다. 오경택 연출가는 "세상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란 정말 어려운데, 이 작품은 가능하겠다는 아주 큰 확신이 있었다"면서 "아이, 소녀, 며느리, 엄마, 할머니가 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다 압축된 삶, 그 시간의 힘이 시에 솔직하고 아름답게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화려하고 멋지게 꾸미기보다는 오롯이 편안하게 전달해 드리고자 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힘, 작가의 아름다운 글, 작곡가가 달아준 음악이라는 날개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만들었다. 뮤지컬을 처음 보는 분이 오더라도 어렵다고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연출적으로 큰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전날 실제로 문해 학교 어르신들이 단체 관람을 왔다면서 "TV 드라마를 보듯이 즐겁게 관람하시더라. 조는 분을 못 봤다. 손뼉 치고 싶을 때 치고, 웃고 싶을 때 웃었다. 그런데도 진행은 하나도 삐그덕거리지 않았다. 정말 세상의 모든 어머님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와 에세이의 원작자인 김재환 예술감독은 "2022년 뮤지컬화 제안을 받았을 때 문해학교라는 소재로 판타지를 만들면 어쩌나 했는데 오히려 제작을 안 했으면 큰일 났을 뻔했다. 감사한 작품"이라면서 "문해 학교 학생들 대부분 뮤지컬을 본 적이 없다. 칠곡 할머니들도 본 첫 영화가 '칠곡 가시나들'이었다. 작품이 누군가에게 설렘의 통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김하진 작가는 원작을 통해 캐릭터에 몰입했다면서 "다큐멘터리 주인공인 실제 할머니들이 소녀로 보이더라. 첫사랑에 가슴 떨려 하던 소녀,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모습들이 계속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주인공이 되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고,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으로서 솔로곡을 부를 수 있는 구성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김혜성 작곡가는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시와 인생에 누를 끼칠까 두렵고 무서웠다"면서도 "거창한 계획이나 특징을 설정하기보다는 잘난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거짓이 하나도 없다. 그것에 맞게 진실하게 곡을 쓰려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들은 직접 문해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받기도 했다. 할머니 춘심 역을 맡은 박채원은 "책이나 영화가 있어서 탐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있었지만, 배우들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와닿았던 건 문해 학교에 갔을 때였다. 그날 다 같이 울었다"면서 "작가님이 쓴 글이 전혀 과장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 이후로 배우들의 눈이 반짝였다. 작품에 몰입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대형 작품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순수하고 은은하게 마음을 녹이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오경택 연출은 "올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것 같다. 물리적인 온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의 온도가 낮았는데 할머니들이 쓴 시에 담긴 따뜻함, 일상의 소중함, 세상의 아름다움과 같은 시선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오는 27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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