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찾은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금빛 독수리 장식이 수놓인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뒤로 센강이 흐르고,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태권도와 펜싱 경기장으로 이용된 그랑팔레의 푸른색 유리 지붕이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남쪽으로 우뚝 솟은 에펠탑과 함께 오륜기가 새겨진 ‘PARIS 2024’ 깃발이 나부꼈다. 그랑팔레,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에펠탑을 잇는 길은 모두 지난해 올림픽 경기장으로 쓰였다. 경기장 신규 건축을 최소화하고 주요 랜드마크를 경기장으로 활용한 파리시의 아이디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7월 올림픽 기간에 맞춰 이곳을 방문해 3시간가량 경기장 주변을 둘러봤다.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서울시는 한강을 경기 무대로 삼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였다면 2036년 올림픽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도시 서울의 면모를 세계에 알리는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한강이 있다.
13일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오는 28일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나설 국내 후보 도시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서울과 전북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2032 하계올림픽 유치전에서 호주 브리즈번에 밀린 서울은 이번엔 총력을 다해 유치전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시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이다. 시가 추산한 총비용은 5조833억원이다. 경기 운영과 숙박, 문화행사 등 대회 운영비로 3조5405억원, 경기장 개보수와 임시 경기장 설치 등 시설비로 1조5428억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18조2000억원), 2020년 도쿄(14조8000억원), 2024년 파리(12조3000억원) 등 최근 10년 전후로 열린 올림픽 개최 비용이 모두 10조원을 넘은 것에 비해 저렴하게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며 시설 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덕이다.
파리올림픽에서 논란이 된 수질 문제로 경기가 연기될 일도 없다. 지난해 기준 센강의 대장균 수치는 100mL당 평균 3000CFU(균총형성단위)였으며, 한강은 31CFU를 기록해 센강보다 100배 깨끗한 것으로 보고됐다. 베누아 에르노아 파리시 도시개발공사국장은 “파리시는 지난해 올림픽을 대비해 약 14억유로(약 2조원)를 들여 센강 수질 개선에 나서 겨우 대회를 치렀지만, 한강은 수질 등 인프라 면에서 흠잡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김성훈 건국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파리시는 문화유산을 그대로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여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올림픽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서울시 역시 한강의 청정 수질을 어떻게 활용할지, 도시 전체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해련/파리=정희원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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