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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흔들리는 이름의 법칙

입력 2025-02-13 17:39   수정 2025-02-14 00:52

문화 풍속 중 가장 보수적인 게 이름이다. 성명에 관한 관습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고대 중국에선 항우, 조조, 유비처럼 성 한 글자에 이름 한 글자로 성명이 구성됐다. 전한을 멸망시킨 왕망은 이를 금지(二名之禁)하고 이름을 두 글자로 쓰도록 강제했다. 우리 민족도 중국 문화의 영향으로 ‘홍길동’처럼 성 한 글자·이름 두 글자 체제를 2000년가량 유지하고 있다.

성명 체계가 경직된 것은 이름을 둘러싼 정치권력과 사회의 압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원래 유럽에서 성명은 누구누구의 아들이란 뜻의 ‘son’을 붙여 윌리엄 로버트슨의 아들은 토머스 윌리엄슨(윌리엄의 아들)으로 불렸고, 다시 토머스의 아들은 헨리 톰슨(토머스의 아들)으로 칭하는 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근대에 들어 세금 징수와 징병의 필요에 따라 부계의 성(姓)이 이어지도록 바뀌었다.

한번 못 박힌 성명 체계는 개인과 민족 정체성의 근간이 됐다. 마크 저커버그(독일어로 설탕산) 메타 최고경영자(CEO)나 마이클 블룸버그(꽃동산) 블룸버그 창업자, 마커스 골드만(황금을 다루는 사람) 골드만삭스 창업자의 성씨에선 재물과 지명을 섞어 성을 만들던 중·동유럽계 유대인(아슈케나짐)의 자취가 묻어 있다.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목말 태우고 등장한 그의 다섯 살 난 아들이 독특한 이름으로 주목받았다. 애칭이 엑스(X)인 소년의 정식 이름은 ‘엑스 애시 에이 트웰브(X Æ A-Xii)’. 머스크가 좋아하는 것들의 총집합체다. 엑스는 변수, A와 E를 합쳐 놓은 애시(Æ)는 인공지능(AI)을 뜻한다고 한다. 에이 트웰브는 머스크가 좋아하는 정찰기 ‘A-12’에서 따왔다. 머스크의 12명 자녀 중에는 엑스 외에도 ‘엑사 다크 시더렐’(애칭 Y)과 ‘테크노 메카니쿠스’ 등 독특한 이름들이 있다.

재활용 로켓을 현실화했고 화성 개발의 꿈을 북돋운 머스크가 자식들 이름까지 파격적으로 지은 것을 괴짜의 일탈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듯하다. 사회의 고정관념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에서 무한한 창의성의 비밀이 엿보인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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