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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에 고성…격해지는 헌재 앞 시위, 초교 3곳 아이들 "등·하굣길 무서워요"

입력 2025-02-13 17:39   수정 2025-02-24 16:23

13일 오후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 주택가에 사는 재동초 아이들은 ‘윤보선길’로 우회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재동초 앞 삼거리를 빠져나와 안국동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을 끼고 돌면 도보와 차도 간 경계가 없는 좁은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안국역 1번 출구다. 이전보다 10분 넘게 걸리고 800m 이상 돌아가는 하굣길이다.

아이들이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길로 우회해 하교하는 것은 매일 열리는 헌법재판소 앞 집회 때문이다. 헌재 근방 500m 이내엔 재동초·운현초·교동초 등 3개 초등학교가 있다. 인근 초등학교 학생과 부모들은 탄핵 심판 변론기일이 열리는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대규모 집회와 시위로 고통받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데려가는 일이 빈번해졌다.

헌재 인근 집회와 시위는 최근 격해지고 있다.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노골적으로 욕설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일이 늘어나는 추세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단체인 ‘탄핵반대국민연합’ 소속 200여 명이 지난 12일 헌재 앞에서 연 기자회견은 격한 성토장에 가까웠다. 이들은 ‘우리법=중국 공산당’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문형배를 밟아” “이미선을 밟아” 등의 구호와 함께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냈다. 부모들은 집회를 볼 수 없도록 아이의 유모차 커버를 완전히 닫아 시야를 가린 채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학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시위 양태가 격해지고 있어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최근 ‘헌재를 습격하자’는 사전 모의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학부모들의 걱정은 더 커졌다. 집회와 시위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더라도 어린 학생을 생각해 신중한 언어와 문구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게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재동초 학부모 이모씨(38)는 “고성과 욕설이 등·하굣길에 난무하는 모습이 너무 위험해 탄핵 심판 변론이 시작된 지난달 14일부터 회사에 연차를 쓰고라도 꼭 아이를 데리러 간다”고 했다.

문제는 법상 학교 인근 집회를 적극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헌재 등 일부 국가기관에 대해 100m 앞 집회를 금지하지만 학교 앞은 별도의 제한이 없다. 법무법인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초등학생은 어떠한 정치적 주장에도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집회·시위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주장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며 “초등학교·중학교 인근에서의 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집시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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