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기업의 임금체계를 호봉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다. 정부와 경영계는 호봉제 중심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하면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신규 청년 고용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3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조선·자동차 업종에 이어 올해 정보기술(IT)·바이오업계에도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목표로 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업종별 임금체계 개선 확산 지원사업 운영기관 모집’ 공고를 냈다. 정부가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IT·바이오 기업이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표준임금 모델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출된 표준안을 전체 기업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조선업, 자동차부품업의 ‘임금체계 개편 사업’을 했다. 업종별로 중소·중견기업 수십 곳을 컨설팅해 표준임금 모델안을 작성했다. 올해는 이를 해당 업종 내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도입 기업에 세제 지원이 연계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센티브의 구체적 방식은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임금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연구개발직에 직무·성과 연동제를 도입하기 위해 직원 설득 작업에 나섰다. 지난 10일 사내 소식지 ‘함께 가는 길’을 통해 임금체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직무·성과에 따라 기본급을 추가 인상해 보상 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상임금 요건을 완화한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이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더욱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봉제 아래에서 복잡하게 얽힌 임금체계를 기본급과 변동 성과급으로 단순화해야 노사 간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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