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가 당장 부과되지 않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호관세를 즉시 시행하지 않은 것은 협상을 시작하자는 ‘공개 입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포괄적인 비관세 장벽까지 관세 부과 근거로 삼겠다는 것은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도 예외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당초 FTA로 한·미 교역 품목의 98%가 무관세여서 한국은 상호관세 대상에서 빠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 한국 같은 동맹도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을 콕 집어 지목했다.
당장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를 걸고넘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는 최근 “미국 기업 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며 플랫폼 규제를 직격했다. 이외 자동차 배출 인증 절차, 약품 가치 불인정, 인터넷망 사용료 지급 요구,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절차 등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될 수 있다. 한국이 지난해 말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된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상호관세가 시행되기 전에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8번째 무역적자국이지만, 연평균(2017~2020년) 대미 무역흑자액의 96.2%를 미국에 재투자했다. 조선업 부흥을 위한 최적 파트너 등 우리의 경제적·전략적 가치를 부각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일본이 1조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인도가 F-35 전투기 등 무기 수입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미국에 선물을 주면서 실익을 얻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 대행 체제라고 손 놓고 있다가는 감당 못할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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