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파주에 거주하는 대학생 신모씨(27)는 24세가 되던 3년 전 청년기본소득으로 100만원을 지급받았다. 취업에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웠다.
신씨는 “지역화폐로 지급돼 파주에서만 써야 했는데, 경기 북부권에는 취업 준비 학원이 많지 않아 활용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결국 식당, 카페, 편의점 등에서 먹고 마시는 데 대부분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북부에는 청년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경기 남부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경기도가 ‘이재명표 청년기본소득’ 정책을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하고, 실효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무작정 현금을 지급하는 기존 방식이 청년 삶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앞으로는 정책 취지에 맞게 교육·문화·예술 등 9개 분야에서만 청년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4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청년기본소득 개편안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대학등록금, 어학연수비, 학원 수강료, 응시료, 면접 준비금, 창업 임차료, 통신요금, 주거비(월세), 문화·예술·스포츠 활동비 등 9개 분야에서만 청년기본소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지급 방식은 기존 분기별 4회 신청·지급에서 1회 신청·일시금 지급으로 변경했다.
소상공인 업소 중심에서 대기업 운영 매장 등으로까지 사용처가 확대되는 것도 주목된다. 지금은 연 매출 10억원 이하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업체(경기지역화폐 가맹점) 41만8000여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이런 매출 기준이 사라진다. 경기도는 제한이 사라지면 사용처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부터 여론조사를 실시해 도의회와 청년기본소득 발전 방안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네 차례 열었다. 경기도민 약 5000명의 의견을 듣고 청년기본소득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청년기본소득이 사회 진출 초기 단계에 있는 24세 청년에게 미래 준비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긍정 평가가 있었지만 특정 연령에 집중해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고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되며 사용처가 소비성 활동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기도는 개편안 시행 이후에도 일정 주기마다 정책 효과를 평가하고 사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청년의 경제적 자립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 추가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이 전임 지사의 정책을 지우려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는 것일 뿐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올해 청년기본소득에 예산 1378억원을 배정했다. 인공지능(AI) 사업 확대와 인재 양성 추진을 위해 쓰이는 예산보다 30%나 많다. 도는 지난 10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및 도내 대학과 협력해 AI 전문가 550명을 양성하고 AI캠퍼스를 구축하고자 약 1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수원=권용훈/윤상연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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