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은 그렇지 않다. 싱가포르 전자제조서비스 기업 플렉스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핏빗’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플렉스는 2015년 나이키 신발 공정의 로봇 자동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너무 쉽게 보고 접근했다가 2년 만에 로봇 프로젝트를 접었다. 신발 제조업을 단순노동으로만 본 게 화근이었다. 가죽과 섬유, 합성소재 같은 수백수천 가지 소재를 복합적으로 다뤄야 하는 데다 사이즈가 천차만별이어서 로봇이 전 공정을 빠르게 처리할 수 없었다.
신발업 특성을 살린 제조 혁신이 로봇 자동화보다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창신INC는 1998년 국내 신발업계 최초로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적용한 린(lean) 방식을 도입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고를 줄이고 낭비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신발 1000켤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재료가 있으면 공정별로 재고 1000켤레를 쌓아두는 기존 방식과 달리 200켤레 주문이 들어오면 그 물량만큼만 제조하는 게 핵심이다.
이후 10년간 불량률이 0.85%에서 0.04%로 개선되고 매출은 4.5배 늘었다. 생산에 걸리는 시간도 9일로 업계에서 가장 빨라졌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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