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을 논할 때 SM엔터테인먼트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아티스트 인기에 따라 흥망성쇠가 빠르게 바뀌는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이 회사는 ‘H.O.T.’ ‘S.E.S.’ 등 1세대 아이돌부터 ‘에스파’ ‘라이즈’ 같은 4세대까지 꾸준히 대중음악사 한 페이지를 채울 아티스트를 키워냈다.
지난 14일은 SM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연예기획사 중 처음으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이를 기념하는 저녁 행사에서 SM엔터는 세계 최초로 ‘K팝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선보였다.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K팝을 오케스트라의 고전적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다른 기획사와 대비되는 SM엔터의 음악적 특징을 설명할 땐 클래식 음악이 빠지지 않는다. 이 기획사의 1세대 아이돌인 신화는 1999년 낸 정규 2집 타이틀 곡인 ‘T.O.P.’의 도입부를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H.O.T’의 마지막 앨범 타이틀 곡인 ‘아웃사이드 캐슬’도 가수 개입 없이 오케스트라 연주로 처음 1분 37초를 채웠다. 당시 아이돌 음악에선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날 공연에서 서울시향은 공연 첫 곡인 ‘웰컴 투 SMCU 팰리스’ 다음으로 ‘빨간 맛’ 라이브 연주를 처음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무대 뒤편 벽면엔 미디어 아트를 연출해 음악 강약에 맞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악기 활용도 다채로웠다. K팝의 빠른 템포를 반영하듯 타악기와 금관악기가 휘몰아치는 장면은 교향곡의 클라이맥스와 비슷했다. 여러 곡에서 등장하는 마림바 소리는 신비감과 청량함을 무대에 더했다. 대부분의 곡에서 바이올린이 선율을 이끌었지만 이따금 바이올리니스트인 웨이린 부악장이 독주를 하거나 플루트, 트럼펫 등이 멜로디를 주도하면서 다채로움을 만들었다.
K팝 서사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눈시울이 붉어질 만한 순간도 있었다. 2017년 작고한 샤이니 멤버인 종현의 소품집 주제곡인 ‘하루의 끝’은 드뷔시의 ‘달빛’ 샘플링과 어우러져 슬프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앙코르 무대를 장식한 ‘H.O.T.’의 ‘빛’은 잔잔하지만 희망적인 관현악 선율로 공연의 마지막을 맡았다. SM엔터테인먼트와 서울시향은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도 공연을 했다. 이 공연에선 미디어 아트가 없었지만 레드벨벳 웬디가 협연자로 나서는 변화를 줬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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