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부터 허셉틴이 위암 표적항암제로 사용된 뒤 국내 위암 환자는 크게 허셉틴을 쓸 수 있는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HER)2 양성과 쓸 수 없는 HER2 음성으로 분류됐다. HER2 양성은 국내 위암 환자의 15% 정도다. 표적항암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면역항암제도 활용됐지만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10%에 불과했다. 그동안 국내 전이성 위암 환자의 80%가량은 독성이 강한 화학항암제 외엔 적절한 치료법이 없었다는 의미다. 빌로이는 위 점막세포 등에 많은 클라우딘18.2라는 새 표적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HER2 음성 위암 환자의 40%가량은 이 단백질 양성으로 추정된다. 의료계에서 ‘치료 공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아스텔라스는 지난해 12월께 빌로이 1차 물량을 한국으로 들여왔지만, 한동안 출시일을 정하지 못했다. 이 약을 투여하려면 환자 암 조직에 클라우딘18.2 단백질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동반진단’ 검사가 필요한데 국내에 해당 검사 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13일 이 검사법을 출시한 로슈진단에 동반진단 검사를 해도 문제가 없다고 통보한 뒤에야 출시일이 결정됐다. 치료제 출시가 늦어지자 아스텔라스는 국내 환자에게 약을 미리 공급하는 조기공급프로그램(EAP)을 가동했다. 지난해 7월 이후 10개 의료기관에서 51명이 EAP를 통해 신약을 썼다.
클라우딘18.2 단백질은 위암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표적’이 될 것으로 업계는 평가했다. 국내 기업 중 리가켐바이오가 클라우딘18.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인 ‘LCB02A’를 개발하고 있다. 에이비온은 클라우딘3 표적항암제인 ‘ABN501’을 개발 중이다. 아스텔라스는 빌로이 적용 범위를 췌장암으로 확대하고 있다. 라 교수는 “위암 분야에선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FGFR)2 계열 표적도 기대할 만한 후보군으로 꼽힌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