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21일 미국 템피 애리조나주립대(ASU) 캠퍼스 안에 자리한 ‘미라벨라 앳 ASU’. 오전 10시가 되자 운동복 차림을 한 노인들이 삼삼오오 로비로 모였다. 서로 반갑게 인사한 이들이 함께 걸어간 장소는 도보 10분 거리의 학교 체육관. 최근 미국 국민 스포츠로 떠오른 ‘피클볼’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강의실에 도착한 이들은 새 학기를 맞은 대학생처럼 옆자리 학생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 이름을 물어봤다. 첫 수업 시간 교수가 부른 출석에 한 노인이 손을 들었다. 교수는 웃으며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고 말했다. 은퇴 전 화학과 교수였다는 켈리 오키프(76)는 “학교에서 그동안 아내와 함께 미국 정치, 지리, 자연사 관련 수업을 들어왔다”며 “지난 학기엔 의예과 학생 20~25명을 대상으로 직접 소규모 그룹 강의도 했다”고 말했다.
ASU는 미라벨라에 입주하는 은퇴자에게 대학 출입증을 지급한다. 일종의 학생증이다. 출입증만 있으면 강의실, 도서관, 체육관 등 일반 대학생이 이용하는 모든 시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교수가 거절하지 않는 한 모든 수업에 자유롭게 등록할 수 있다. ASU 캠퍼스 곳곳에선 학생증을 목에 걸고 다니는 노인을 쉽게 볼 수 있다.
미라벨라 내부에서는 은퇴자와 대학생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 미라벨라에선 합창, 음악 테라피, 오케스트라, 댄스 등 ASU 학생과 입주 은퇴자가 함께 어울리는 행사와 수업이 거의 매일 열린다. 미라벨라에서 만난 음대생 그레이디 뉴섬(19)은 “매주 월요일 미라벨라에서 합창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처음엔 은퇴자와 함께 대회를 준비하는 게 어색했지만, 지금은 기다려지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미라벨라는 독립 주거, 생활 보조, 인지능력 관리 총 세 개의 주거 타입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은퇴자는 독립 주거 형태로 거주한다. 집 구조는 침실 1개부터 3개까지 천차만별이다. 혼자 입주하는 사람과 부부 단위로 들어오는 사람에 맞춰 방 형태를 다양화했다. 형태에 따라 월 관리비도 4500달러(약 630만원)부터 1만달러(약 1400만원)로 다양하다. ASU 동문 및 교수진, 동문 부모가 우선권을 가진다.
미국 대학은 UBRC를 단순히 동문에게 주는 혜택을 넘어 평생교육, 세대 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레지던스 전문업체도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등을 염두에 둬 적극적이다. UC버클리, UCLA, UC데이비스 등 캘리포니아주립대는 시니어 레지던스 전문업체 벨몬트빌리지와 손잡고 UBRC를 만들었다. 캘리 스위니 UC버클리 은퇴센터 이사는 “매주 학생과 노인들이 함께 책을 읽는 프로그램의 경우 봉사활동 의지가 큰 학생,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인지능력 장애 노인들 모두 좋아한다”며 “대학교와 연계된 노인 거주 시설을 찾는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학기반은퇴자공동체
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 대학 캠퍼스와 연계해 만든 은퇴자 마을. 입주자는 대학 수업과 모임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대학은 캠퍼스 부지를 빌려주고 임대 수입을 얻는다
템피·버클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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