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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줄일 것인가, 잘 마실 것인가

입력 2025-02-17 09:45   수정 2025-02-17 09:54


“글로벌 주류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바로 알코올과 건강의 상관성입니다. 그리고 여러 데이터들이 전체 알코올 소비량을 줄일 게 아니라, 과도한 소비를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가리킵니다. 이제 ‘어떻게 잘 마시는가’를 고민할 때란 겁니다.”

줄리언 브레이스웨이트 ‘책임있는 음주를 위한 국제연합(International Alliance for Responsible Drinking·IARD) 대표는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주류 박람회 ‘와인 파리 2025’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책임 있게 소비되는 한, 모든 술은 사회적 연결과 결속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류 소비에 대한 공공정책의 방향이 과도한 음주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음주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뜻하는 ‘웰니스(wellness)’의 대척점으로 여겨진다. 알코올 중독을 비롯한 각종 질병이 개인의 생활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음주운전 같은 범죄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도 만만찮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브레이스웨이트 대표는 “술은 수천 년 간 인류의 삶의 일부였다”며 술 자체를 만악의 근원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성년자 음주예방, 음주운전 방지 등 강력한 보건정책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사회적 음주 가이드라인을 정착시키는 게 우선이란 것이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시인 아르투르 랭보가 과도하게 마시기 전까지 ‘초록 요정’으로 불린 압생트가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한 것처럼 쓸모 있는 음주를 권장하자는 뜻이다.

브레이스웨이트 대표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부터 10년간 알코올 관련 사망률이 20% 감소했다”며 “이는 2010년 유엔이 수립한 ‘유해한 알코올 소비 감소를 위한 글로벌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스포츠의학회(NASM) 연구에서도 적절한 음주를 하는 사람들이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과 동일하게 오래 산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알코올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을 초점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IARD의 설립 이유도 여기에 있다. IARD는 2015년 글로벌 주류 기업들이 주축이 돼 세워진 비영리 단체로, 책임 있는 음주문화를 촉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최대 맥주회사인 앤하이저부시인베브(ABI)를 포함해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아사히그룹홀딩스 등 13개 기업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롯데칠성음료가 준회원으로 가입했다. 세계 최대 음료업체 코카콜라도 준회원사다. 브레이스웨이트 대표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연설문 작성을 맡기도 한 외교관 출신으로, 주제네바 영국대표부 대사를 마친 후 지난해부터 IARD를 이끌고 있다.

브레이스웨이트 대표는 음주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정부와 시민사회, 업계가 협력해 ‘책임 있는 음주(responsible drinking)’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국가가 적정한 음주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있다”며 “예컨대 미국과 영국의 경우 여성은 하루에 한 잔 이하, 남성은 조금 더 허용하는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정의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는 이런 책임감 있는 음주의 한 대안이다. 소버 큐리어스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닌 분위기를 즐기는 가벼운 음주를 지향하는 트렌드다. 국내에서 도수가 낮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 수요가 커지고, 무알코올·저알코올 주류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이다. 브레이스웨이트 대표는 “단순히 많은 양을 마시는 게 아니라 식사와 함께 즐기거나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등 ‘어떻게 마시는가’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책임감 있는 음주라는 개념이 최근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의 매출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 완화 수단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브레이스웨이트 대표는 “IARD는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지역 와이너리 등 전통을 지키는 소규모 생산자도 대표한다”면서 “해로운 음주를 줄이는 WHO의 전략을 모든 국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주체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파리=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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