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금액은 40조371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초 회사채 ‘수요예측 열풍’의 원인으로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을 지목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국민연금과 위탁 운용 펀드들이 신용등급 AA급 회사채를 대량 매입하며 시장을 주도했다”며 “작년 12월 계엄사태 여파로 투자를 미뤄온 연기금들이 채권 매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기준 1185조원인 국민연금의 운용 자금 중 29.3%가 국내 채권에 투자돼 있다. 이 가운데 회사채가 차지하는 투자 비중은 8.1%다.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은 신용등급 AA급 이상 회사채로 한정된다.
국민연금이 회사채 매입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시장금리 움직임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2.7%로 이미 두 번의 금리인하 기대가 반영돼 기준금리(연 3%)보다 낮은 상황이다. 향후 금리인하가 현실화하면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스프레드)가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금리 하락으로 회사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기업별 리스크를 철저히 선별해 투자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 6일 LG에너지솔루션(AA) 수요예측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한 것이 단적인 예다. 2차전지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80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 3조7450억원을 모아 지난해(5조6100억원) 대비 2조8650억원(51%) 줄었다. 연기금의 회차별 수요예측 경쟁률은 △2년 만기 0.53대1 △3년 만기 0.55대1 △5년 만기 0.45대1 △7년 만기 0.4대1로 전년 평균인 2.4대1과 비교해 크게 하락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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