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를 졸업한 이현지 씨(27·가명)는 지난해 하반기 취업 시장에서 혹독한 현실을 마주했다. 학점 4.16(4.5 만점), 토익 930점, 토익스피킹 AL(170)에 1년8개월간 세 곳에서 인턴 경험을 쌓고, 마케팅 공모전에서 세 차례 수상하는 등 남부럽지 않을 정도의 스펙을 갖춰 취업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이씨가 40여 개 중견·대기업에 지원한 결과 서류라도 통과한 곳은 9곳에 불과했다. 이씨는 “이 정도 스펙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고스펙 인재가 넘쳐나는 느낌”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도 취업이 안 되면 계약직이라도 입사를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공채 한파는 올해 상반기에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즉시 전력 투입이 가능한 인력만 선별해 뽑는 ‘체리피킹(cherry-picking) 채용’을 강화하면서 청년 취업 시장은 역대 최악 수준의 한파를 맞고 있다. 정부도 청년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내고 있다.
좁아진 취업문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연세대 졸업생 박모씨(28)는 “작년 서류전형에서 15곳 중 단 한 곳만 붙었는데 올해 채용문이 더욱 좁아졌다니 벌써 암담하다”고 했다.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서 구직을 아예 단념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지난달 뚜렷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 통계는 9개월 연속 증가해 43만4000명을 기록했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취뽀’(취업 성공)보다 ‘취포’(취업 포기)라는 단어가 익숙해질 정도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하향 취업보다 구직 연장 또는 쉬었음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졸업 후 4개월 이상 미취업 청년 5만 명을 대상으로는 일 경험과 직업훈련,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연계해 지원한다. 관련 예산은 2024년 8546억원에서 올해 9458억원으로 900억원 넘게 늘렸다. 부모와 친구가 구직단념(쉬었음) 청년을 발굴하면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쉬었음 청년 발굴·회복지원 규모’는 지난해 665억원에서 올해 717억원으로 늘리고, 고졸 취약청년 지원도 지난해 6505억원에서 올해 2000억원 가까이 늘린 8487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정희원/김다빈/곽용희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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