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매번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인생이 너울 칠 때면 어느 한 선택의 순간을 곱씹어보기도 한다. '그때 반대의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달랐을까?'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남긴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는 말이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인생 명언으로 여겨지는 것도 공감의 힘이 컸기 때문일 테다.
뮤지컬 '이프덴'은 삶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선택'이라는 소재로 풀어냈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30대 후반의 여성 엘리자베스. 신념이 넘치고 어디서나 당당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시간이 흘러 이혼한 중고 취업준비생이 됐다. 과거의 그릇된 선택이 지금의 자기를 만들었다고 믿는 엘리자베스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시골 마을에서 뉴욕으로 10년 만에 복귀했다. 두 번 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작품은 엘리자베스의 작은 생각에서 출발한다. '만약에…'
두 개의 갈림길에서 각자 다른 선택을 한 엘리자베스를 베스, 리즈로 나누어 보여준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 시위에 가자고 제안하는 대학 동창을 따라간 베스는 일을, 이웃사촌 케이트와 함께 밴드 공연에 간 리즈는 사랑을 우선하는 삶을 살게 된다.
선택의 결과를 보란 듯이 알려주겠다며 펼친 두 세계 안에서도 치열한 내적 갈등의 순간을 계속해서 맛보게 된다. 일과 사랑,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 이상과 현실, 개발과 보존 등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여러 문제 앞에서 엘리자베스는 늘 고민하고 머뭇거린다. '더 이상의 실수는 없다'고 했던 처음의 각오가 무색할 정도로 좌충우돌한다.
짜임새 있는 서사와 배우의 탁월한 연기 덕에 두 개의 세계를 그리면서도 산만함이 없다는 게 '이프덴'의 강점이다. 하나의 무대 위에서 서로 다른 두 영역이 교차하며 그려짐에도 이질감이 없고, 몰입도 깨지지 않는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꼭 해봤을 법한 '만약에'라는 생각이 전제 조건으로 주어져 장면 전환의 훌륭한 장치가 된다.
베스, 리즈를 넘나들며 때로는 재치 있게, 때로는 진중하게 내면 연기를 펼치는 배우 정선아는 '이프덴'이 왜 소문난 작품이 됐는지를 몸소 보여준다. 제목만 봐도 스토리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서사가 제대로 녹아있는 넘버 역시 흐름에 훌륭한 악센트를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프덴'을 빛나게 하는 건 역시 메시지의 단단함이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기립박수의 의미를 알 것 같은 작품'이라는 호평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극 말미에 다다르면서 '이프덴'은 어떠한 선택에도 절대적인 불행이나 행복은 없다고 말한다. 커리어적으로 성공한 베스,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 리즈 모두 다른 결말에 이르지만 그 여정은 각자 가치 있게 빛을 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세계가 이어지는 결말까지. '크고 작은 발걸음 어떻게든 만나'라는 가사가 가슴에 콕 박힌다.
선택에 정답은 없다. 쉴 틈 없이 작품과 달려오다 보면 더 이상 '이프덴'이라는 질문은 무의미해진다. 선택에 후회를 남기기보다는 선택 역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지난날을 툭툭 털고 나아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위로로 다가온다.

'이프덴'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로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석권한 극작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2014년 토니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외부 비평가상 등에 다수 노미네이트됐으며, 한국에서는 2022년 초연해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음악상·무대예술상·프로듀서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까지 5관왕을 달성했다.
정선아는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에서도 엘리자베스로 출연 중이다. 정선아와 함께 김지현·린아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엘리자베스의 대학 동창이자 청년 주거 환경 개선 활동가 루카스는 송원근·박정원·최석진이 연기하며, 엘리자베스에게 직진하는 군의관 조쉬 역은 신성민·진태화가 소화한다. 공연은 오는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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