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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쥐어짜 자본비율 '영끌'…금융지주 '밸류업' 비상

입력 2025-02-19 17:38   수정 2025-02-20 00:48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라는 숙제를 짊어진 주요 금융지주사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CET1이 하락하자 주주환원 여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자회사를 동원한 ‘폭탄 배당’을 통해 가까스로 CET1을 맞춰온 금융지주들은 올 들어 자회사의 위험가중자산(RWA)을 제한하는 등 자본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영끌’ 작전에 들어갔다.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추락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평균 CET1은 12.94%다. KB금융이 13.51%로 가장 높고, 우리금융(12.08%)은 금융당국 권고치인 12%를 간신히 넘겼다. 4대 금융의 평균 CET1은 작년 3분기(13.03%) 대비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통상 목표 CET1을 초과하는 만큼의 재원을 주주환원에 투입한다. 환율 등의 영향으로 작년 말 CET1이 하락하지 않았다면 밸류업에 투입할 자금이 그만큼 불어나는 구조다. KB금융은 지난해 사상 첫 순이익 5조원이란 대기록을 달성한 직후에도 CET1 하락 여파로 주가가 10%가량 급락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KB금융 CET1이 경쟁사 대비 크게 하락하면서 주주환원 여력이 쪼그라든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금융지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한(13.17%→13.03%), 하나(13.17%→13.13%) 역시 작년 3분기 대비 연말 CET1이 떨어지자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당국 “균형추 맞춰라”
상황이 이렇자 금융지주마다 CET1 사수 작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CET1 12% 선을 넘기기 위해 구조적 외환 포지션을 위험자산 산출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택했다. 금융당국이 환율 급등에 따른 각 은행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해외 법인 출자금 등의 외환 포지션과 관련한 시장 리스크를 위험자산 산출에 포함하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CET1이 12%를 밑돌 우려가 커지자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당국의 공식 승인 전 이를 CET1에 선반영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CET1에 영향을 주는 대출 자산을 축소하기 위해 우리은행 기업대출도 조이고 있다.

자회사 순이익의 최대 99%를 지주사에 배당하는 이른바 ‘폭탄 배당’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라이프는 작년 배당금이 528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순이익(5337억원)의 99% 수준에 해당한다. 신한라이프는 신한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별도 회계기준을 쓰고 있어 보험사가 지주사에 배당하면 금융지주 연결 재무제표상으로는 변화가 없지만 지주사 자본(현금)이 그만큼 늘어나 CET1이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KB금융 역시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 등을 통해 작년 배당금을 받았다. 두 회사의 작년 배당금은 8300억원에 달한다. 2023년엔 한 푼도 배당하지 않은 자회사들이다. 외환 비중이 높은 하나은행이 속한 하나금융은 환율 리스크가 CET1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실시간 모니터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회사에 위험자산을 할당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자회사 관리를 위해 각 사에 위험자산 규모를 할당하고 초과 시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금융지주마다 비은행 자회사로부터 밸류업 재원을 대거 충당하면서 은행 쏠림 구조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재무 건전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실 흡수능력 확보 등 자본 적정성 관리와 자율적인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추를 적절하게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박재원/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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