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알츠하이머 등 불치병 연구의 연속성도 끊겼습니다.”
19일(현지시간) 오후 12시3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 버클리캠퍼스 잔디 광장에 모인 학생 200여 명의 표정은 비장했다. 차례로 연단에 오른 이들은 연방정부 연구개발(R&D) 기금을 삭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박사후과정 학생이 월급을 못 받는 일이 생기고, 하루아침에 연구 프로젝트가 전면 중단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일부 학생의 원성은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 향했다.
이날 시위는 UC의 11개 캠퍼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15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위 참가자는 대부분 이공계 학생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예산 삭감이 기폭제가 됐다. NIH는 지난해 전체 예산의 80%에 해당하는 350억달러(약 50조4000억원)를 미국 주요 대학과 연구소에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그동안 전체 보조금의 27%인 90억달러를 연구 시설 유지, 행정 지원 등 대학 운영을 위한 간접비로 썼는데 이를 15%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왜 500억달러 기부금을 받는 하버드대에 보조금을 줘야 하느냐”며 “명문대들은 기부금을 학생 장학금으로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연구 분야는 삭감 대상 중에서도 핵심 타깃이 됐다. 시위에 참여한 토목환경공학 전공의 켄드라 다머 씨는 “연구 분야에서 DEI라는 것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저소득층 커뮤니티 개발 연구도 DEI 범주에 해당한다며 자금 지원이 삭감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연방정부가 DEI라는 낙인을 마구 찍어내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분노는 머스크에게로도 향하고 있다. 지난 17일 ‘대통령의 날’을 기점으로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반(反)트럼프 시위에선 “머스크를 추방하라”는 구호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캘리포니아주 주도 새크라멘토 거리는 경찰 추산 시민 1500여 명으로 뒤덮였다. 실리콘밸리 심장부인 새너제이 도심에도 시위대 수백 명이 결집했다. 이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머스크가 행정부를 쥐락펴락하며 전횡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학가에서는 머스크가 예산 효율만 앞세워 국제개발처(USAID)에 폐업 수준의 구조조정을 강행하면서 연구에 몰두하던 학생을 실업자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수백억달러 기부금을 받은 대학들이 연구비의 60%를 ‘간접비’라는 명목으로 빼돌리는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고 있다”고 대학을 직격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학생은 “한때 미국 공학도의 희망이던 머스크가 후배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