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 회사 중에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변화를 꾀하는 곳이 여럿 있다. 특히 잘하는 영역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확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 실적을 이뤄낸다. 동시에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며 ESG 투자 매력을 뽐낸다.
동원산업은 변화의 기점에 선 저평가 식품 기업으로 꼽을 수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동원산업의 기업문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역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1960년대 외화 부족 문제를 겪던 한국은 원양어업진흥정책을 추진했다. 원양어선으로 물고기를 잡고 이를 내다팔면 외화벌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65년에는 한일 어업 협정을 체결해 일본으로부터 선박 기술과 자본을 도입할 기회가 열렸고, 1967년에는 수산업법 개정으로 관련 지원법을 만들었다.
당시 20대였던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은 1968년 대한원양어업소의 참치 연승선 선장으로 근무하면서 한국만의 참치 조업용 어선을 가져야 한다는 꿈을 키웠다. 그리고 1969년 자본금 1000만 원으로 동원산업을 설립했다. 일본으로부터 500톤급 참치 연승선인 제31동원호와 제33동원호를 도입해 원양어업에 뛰어든 것이다. 1973년 2월에는 아프리카 가나에 해외 기지를 설치하는 등 원양어업 활동 범위를 넓혀나갔다.
그리고 1982년, 국내 최초로 참치 통조림을 출시했다. 단순히 참치를 잡는 어업 회사에서 식품 회사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참치는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면서 식문화를 바꾸기에 이르렀다. ‘동원참치’가 참치의 대명사로 굳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동원은 2008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작게 시작한 한국의 원양어업 회사가 세계 참치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로 발돋움한 것이다.

신사업 고루 성장
동원산업은 지금도 참치가 주력 산업이다. 해양수산 부문에서는 참치선망, 참치연승 등 총 40여 척의 선단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이 8조9464억 원인데, 그중 1조1710억 원을 차지한다. 식품가공 유통 매출이 5조7310억 원으로 가장 많다. 이 중 참치 캔을 포함한 동원 식품 관련 매출이 4조4840억 원이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자회사들이 고루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큰 축인 동원F&B는 식품뿐 아니라 급식 등 영역에서도 매출을 늘리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동원이 국내 1위인 ‘김 시장’은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의 김 수출액은 8억4957만 달러를 기록해 2년 연속 1조 원을 넘어섰다. 수산물 수출 1위다. 육상연어양식장도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대서양 연어를 아시아 최초로 양식한다. 2029년 강원도 양양에 양식장을 열어 내수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다.
포장·소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는 수출 확대 전략을 통해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동원산업이 참치 캔을 만들면서 쌓아온 포장 기술은 2차전지 케이스 시장까지 확대됐다. 원형 배터 캔 등이 주요 제품이다. 2차전지 배터리 캔 공장을 증설하고 있으며, 양극 알미늄박도 증설에 들어갔다. 2023년 820억 원이던 동원시스템즈의 영업이익은 2024년 910억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200억 원대로 예상되는 만큼 알짜배기 자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또 다른 신사업은 스마트 항만하역이다. 국내 최초 스마트 항만인 부산 신항 서컨테이너부두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4월 2~5단계를 개장했고, 2026년 7월에는 2~6단계를 개장할 예정이다. 이는 연간 355만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에 달한다. 동원의 신사업은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으며, 적자를 버티는 식이 아니라 잘하는 영역을 바탕으로 이익이 날 만한 곳에 투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SG 주주가치 제고
동원산업은 ESG 투자 관점에서도 살펴볼 가치가 있는데, 지난해 11월 27일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놨다. 우선 연 1회 실시하던 현금 배당을 올해부터는 반기 배당으로 바꿔 2회씩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17.6%였던 배당 성향도 30%까지 올릴 계획이다. 올해 예상 주당 배당금은 1300~1500원이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의 매수 단가가 주당 3만3000원이라면 주당 1300원 배당에 대한 기대 배당수익률은 3.9%가 된다. 또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지적에 따라 무상증자 또는 주식 배당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월 21일 무상증자(10%)를 실시했다.
또 총주주수익률(TSR)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내놨다. 사업지주회사로서 기업 가치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중장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목표로 했다. 현재 0.5배 내외인 만큼 최소 주가를 2배 끌어올려야 달성 가능한 숫자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진정한 밸류업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주가 재평가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동원산업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6배 선에서 거래돼왔다. 어업과 식품이 본업이라고 인식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셈이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2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는 시장에서 동원을 바라보는 ‘주가 수준’인 PER은 그대로더라도, 실적이 오르면서 주가가 자연스럽게 오르는 모습이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올해 매출 전망치는 9조5890억 원으로, 지난해(8조9464억 원)보다 7.2%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0.7% 늘어난 5580억 원으로 전망했다. 또 흥국증권은 본업의 안정적 사업과 자회사의 성장이 실적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예상되며, 신사업 등을 고려하면 2026년에는 매출 10조 원 돌파도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두 번째는 시장이 동원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높아지는 경우다. 절대적 저평가 상태인 PER 5배와 PBR 0.5배를 극복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면서 통상 성장성을 재평가 받을 때 가능하다. 동원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듯, 주주가치 제고 계획에서 중장기 목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5% 이상으로 제시했다. 자회사의 실적 성장 폭과 본업의 이익 개선 등이 동시에 이뤄지면 주가 재평가가 언제든 가능한 구조다.

한국경제신문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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