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사교육 업체가 집중된 서울 대치동과 목동 지역 학교 교원들의 문항 거래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수능 난이도에 "믿기지 않는다"고 개탄하고 나섰다.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 국어를 보고 한탄한 현대카드 부회장'을 제목으로 한 글이 공유돼 화제를 일으켰다.
정 부회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과거 수능 문제를 올린 것은 지난 19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홀수형)'에 출제된 문제를 소개하며 "내가 금융인이고 평소 대하던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생들이 이런 생경한 용어와 질문들을 왜 해독해야 하는지, 이 문제 풀면 국어 잘하는 것인지"라며 "난이도가 높아도 국어교육의 목적성이 보이면 이해가 되는데 교육을 고민 안 하고 문제 난이도만 조잡하게 올려놓은 경우가 아닌가. 참 게으르다"라고 출제자를 비판했다.

해당 문제는 금융용어인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산출하는 방식을 알려준 뒤 한 은행이 공시한 자기자본과 위험가중치를 반영해 산출한 위험가중자산 내역을 보기로 제시했다. 이어 보기를 설명하는 여러 문장 중 틀린 설명을 고르게 했다. 이 문제는 독해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었지만, 10대가 대부분인 수능 응시생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경제금융 용어로 이뤄져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은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한 네티즌은 "앞뒤 맥락이 잘린 문제만 봐서 그런 것이다"라며 "원본 수능 문제에서는 문제를 풀 수 있는 배경지식이 담긴 지문을 읽고 풀게끔 구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또 다른 네티즌들은 "수능 국어 절대평가 전환이 시급하다", "어쩌다 이렇게 학원에 봉급의 전부를 쏟아붓는 대한민국이 됐나"라며 개탄했다.
하지만 수능에서 난도 높은 이른바 킬러 문항이 수험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몬다는 지적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부 교원들의 부도덕한 돈벌이까지 알려져 신뢰도도 타격을 입었다. 앞서 감사원 조사 결과 사교육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수능 대비 맞춤' 문항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최근 5년간 사교육 업체로부터 5천만 원 넘게 받은 고등학교 교원들의 '문항 거래'를 중점 점검한 결과, 총 249명이 212억 9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출제 업무를 둘러싼 문제점도 포착됐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교는 자신이 감수한 EBS 교재에 실린 지문을 23번 문제로 냈다. 또 평가원은 수능 문제를 교육과정 안에서 내고, 푸는 데 적정한 시간이 걸리는 난이도로 출제하라는 기본 계획을 위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2023학년도 수학 22번 문항이 대표적인데, 난이도가 너무 높아 검토위원조차도 전원 오답을 냈지만 그대로 수능에 출제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 장관과 평가원장에게 요구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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