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9만2485건이다. 조사를 시작한 2022년 2월 이후 최대 규모다. 12일 9만929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1주일 만에 더 쌓인 것이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중랑구, 종로구, 은평구, 도봉구 순으로 매물이 증가했다. 주로 지난해 연말부터 집값 내림세가 시작돼 거래가 정체된 지역이다.
인천과 경기 지역도 매물 소화가 더디다. 같은 날 인천은 4만1070건, 경기는 17만6231건의 매물이 쌓였다.
매수 관망 속에 거래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총 1만3905건으로 집계됐다. 전달(1만4609가구)보다 5%가량 줄었다. 거래가 활발하던 7월 3만79건에 견줘 반토막이 났다.
지역별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지난해 7월 9219건을 기록한 후 8월(6518건)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9월에는 3168건으로 떨어졌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대출 규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경기도도 지난해 7월 1만5131건 거래되다가 9월 7732건으로 급감했다. 이날 기준 올 1월에는 6069건 거래됐다. 신고 기한이 1주일가량 남아 7000건을 밑돌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송파구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36% 뛰었다. 0.3%대 상승률을 보인 건 지난 9월 후 약 5개월 만이다. 강남구(0.27%)와 서초구(0.18%)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호재가 발생하면 통상 호가를 조정하거나 매물을 일단 거둬들인다”며 “강남 일대는 거래도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 정상화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려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과 다른 지역 간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부동산 플랫폼 디스코가 최근 업계 종사자 529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 시기를 물어본 결과 ‘2~3년 후’로 내다본 응답자가 34.8%로 가장 많았다. ‘올해 회복될 것’이란 의견은 18.7%에 불과했다. ‘내년에 거래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8.7%, ‘3년 후 이상’이라고 답한 이들은 15.3%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와 정국 불안 해소를 주요 변수로 꼽았다. 거래가 이뤄져도 강남권에서 시작된 온기가 서울 전역으로 퍼지긴 어렵다고 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내외 변수가 해결되고 봄 이사철이 오면 전세와 매매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면서도 “서울 내 온도 차가 커 상반기에는 강남권 외 지역이 단기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도 강남권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위원은 “탄핵 정국 등 불확실성이 해소돼 수요자 심리가 개선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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