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교통공사가 집단 무단결근을 일삼은 노동조합 간부들을 대상으로 징계와 관련된 '행정소송'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송 제기 기한이 불과 이틀 남았지만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다. 일각에서는 인사관리를 방치해 사달을 낸 공사가 직원의 중대한 비위에 '면죄부'까지 부여하는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2월말, 무단결근 등 비위행위로 집단 해고된 노조 간부들이 서울교통공사를 피신청인으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재심 사건에서 노조 간부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서울시는 2023년 교통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했다. 노사가 법률에 따라 합의한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자) 사용 인원의 법정 한도가 최대 32명인데도 무려 300명이 넘는 근로자가 노조 간부랍시고 타임오프를 사용해 결근을 일삼았다는 제보가 나오면서다. 감사 결과 한 노조 간부는 1년간 151차례 무단결근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공사는 지난해 311명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 50일 이상 무단결근한 32명의 간부(민주노총 제1노조 소속 간부가 22명, 한국노총 소속이 10명)들을 대상으로 해고처분(파면 또는 해임)했다. 워낙 대규모 무단결근이라 90일 이상은 파면, 50일 이상은 해임이라는 '이상한' 징계 기준이 정해졌다.
이에 대해 노조 간부들이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냈는데 노동위원회에서 인용이 된 것이다. 다만 노동위도 '중대한 비위'라는 점은 인정했다. 초심 서울지방노동위는 "비위행위가 중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해고는 과하다"고 판단했다. 지노위는 "공사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채 서울시 감사 지적이 있을 때까지 (위법을) 지속한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며 "노조 간부측 비위만큼 사측의 복무 관리 부실도 중하다"고 주장했다. 중노위의 판단도 지노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대한 비위라는 사실이 인정된 만큼 행정소송을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공사 측은 내부적으로 소송을 제기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관계자는 "징계대상자 중 1965년~1967년생도 있는데 정년을 앞둔 이들에 대해 소송해도 대법원까지 걸리는 소요 기간을 감안하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감독기관인 서울시도 교통공사의 이런 판단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더 젊은 간부들도 있고, 파면의 경우 퇴직금 등에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며 "내부 기강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의 이익이 없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물론 공사가 별도로 절차를 거쳐 징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허술한 인사관리로 지노위·중노위에서 기각 판정을 받는 데 책임이 있다고 지적까지 받은 공사가 행정소송을 포기하고 자체 징계를 추진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엔 '주인 없는' 공기업의 '허술한' 인사관리가 배경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노사관계전문가는 "징계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업장들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우려가 있다"며 "허술한 근태관리와 불법 관행의 방치, 온정주의로 인사관리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회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