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으면서 투자자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이 달러예금, 골드뱅킹 등 대체투자 상품 매수에 나서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악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달러, 금 등 안전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나눠 담을 시기”라고 조언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하면서 달러예금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상당 기간 ‘강(强)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반영됐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고환율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 매도로 차익을 실현하는 대신 추가 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본 투자자들이 서둘러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자산의 일정 비중을 달러로 가져가는 환테크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겠다는 구상이다.
금리 메리트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달러예금에 투자자가 몰린 배경이다. 달러예금은 미국 기준금리(4.5%)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은행 원화 예금보다 금리가 높다. 금리가 연 3% 밑으로 떨어진 원화 예금과 비교하면 0.5~1.0%포인트가량 금리가 높게 책정된 상태다. 가입 기간도 1일~24개월로 다양하다. 원화예금과 마찬가지로 15.4%의 이자 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만 은행별로 달러예금 상품의 장단점이 다른 만큼 가입하기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조언이다. 국민은행의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은 환차익 실현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환율이 가입자가 미리 설정해둔 수준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예금을 해지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게 특징이다.
우리은행의 ‘환율CARE 외화적립예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이체할 금액을 조절해 매입할 수 있다. 미리 정한 자동이체일 전날 환율과 직전 3개월 평균 환율을 비교해 환율이 낮으면 달러를 많이 사고 높으면 덜 사는 식이다. 신한은행의 ‘쏠(SOL)트래블 외화예금’처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트래블카드’(여행 특화 카드)와 연계한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실물 골드바는 매물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들어 581억원에 달한다. 지난 1월 한 달간 판매한 금액(27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대거 ‘골드러시’에 나서면서 금값은 ‘역대급’으로 뛰고 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295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금 투자가 유망한 이유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말 금값 전망치를 트로이온스당 3100달러로 올려 잡았다. 지난달 전망치인 3000달러에서 또다시 목표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가장 매력적인 금 투자 방법은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KRX금시장을 통해 금을 사고파는 식이다. 배당소득세, 양도소득세 면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적립식 소액 투자 방식으로 금 매입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은행 계좌로 금을 살 수 있는 골드뱅킹을 추천할 만하다.
남태교 하나은행 롯데월드타워골드클럽 PB는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분산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목표 수익률을 보수적으로 낮추면서 달러, 금, 채권 등으로 분산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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