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지난 1년여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고 조직 재정비에 들어갔다. 국내 영업망을 재편하고 혁신 신약의 해외 진출 속도를 높여 ‘제2의 창업’에 버금가는 도약을 이룬다는 목표다. 올해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신약의 임상 시험이 순조롭게 끝나면 내년 ‘국산 비만약’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박 대표는 올해 10% 넘게 매출을 늘리겠다고 했다. 수출을 제외한 국내 매출로만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9116억원이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1월 중장기 전략으로 발표한 ‘10년 뒤 매출 5조원, 글로벌 50대 제약사’ 목표도 이룰 것이라고 했다. 그는 “7년 넘게 원외 처방 매출 1위를 지켜온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초격차’를 실현할 것”이라며 “혁신 신약을 개발해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후속 비만 신약 성과도 공개한다. 근손실 없이 체중을 약 25% 감량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비만약 후보물질 ‘HM15275’의 임상 1상 결과를 올해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한다. 올해 하반기 임상 2상에 들어서는 게 목표다. 다른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은 올해 하반기 임상 1상에 들어간다. 두 물질을 함께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 머크(MSD)가 올해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기대주로 언급한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 2b상도 올해 12월 종료된다. 2020년 MSD에 최대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물질이다. MSD는 임상 3상용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생산을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 맡길 계획이다. 임상약 생산 기업은 상용화 제품 생산까지 하는 사례가 많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상용화하면 한미약품이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외에 생산에 따른 추가 매출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해외 학회를 찾아 임상 결과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한미약품 홈페이지에선 소속 연구진의 해외 학회 발표를 알리는 팝업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임 창업주 딸인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이 동기부여를 위해 직접 낸 아이디어다.
한미약품은 최근 영업과 R&D 조직을 개편했다. 이전엔 동네의원, 중소병원, 대학병원 등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영업담당 부서가 달랐다. 최근엔 이를 지역 중심으로 통합 관리하도록 바꿨다. 의정갈등 사태 이후 대학병원에서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으로 떠나는 의료진이 늘어난 것을 고려한 조치다.
R&D 파트는 직급을 떠나 자유로운 의견 교류가 가능하도록 했다. 실무 연구진이 수시로 상급자에게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도록 하자 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비효율적인 업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의견 교환이 이뤄져서다.
글=이지현/사진=최혁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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