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4일 16: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분쟁을 이어온 재무적투자자(FI)들이 13여년간 이어온 공동 전선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 EQT파트너스 등 일부 투자자가 원금 수준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반면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중재 판정부 결과에 따른 집행을 끝까지 기다려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신 회장 측은 각 펀드마다 상이한 출자자(LP) 구성과 재무전략, 인력풀 등을 활용해 지분 매집에 소요될 현금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와 GIC가 보유 중인 교보생명 주식 각각 9.05%, 4.5%를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어피니티의 투자원금 수준(액면분할 전 주당 24만5000원)에 미치지 않는 23만원선을 기준으로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논의는 여전히 팽팽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 측은 주당 대금을 낮추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고 어피니티 측은 향후 수개월 내 다른 FI들의 지분을 23만원보다 비싸게 매입할 경우 자신들의 거래대금도 다른 거래에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너티와 GIC, EQT파트너스, IMM PE 등은 2012년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첫 교보생명에 투자한 이후 중재판정 등 풋옵션을 둘러싼 분쟁에서 의사결정을 함께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말 2차 중재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이 새로 지정한 EY한영이 내놓을 교보생명의 시장공정가치(FMV)를 기다리고 있었다. FI들의 풋옵션 행사 가격인 주당 41만원과 신 회장 측이 제시할 가격간 격차가 10%이상 발생할 경우 FI 측이 지정한 제3의 기관이 가치평가를 다시하게 된다.
중재판정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은 시장공정가치(FMV)와 FI들의 투자 원금인 24만5000원 중 높은 쪽으로 풋옵션 가격을 정해야 한다. 절차가 끝나면 FI들은 최소 원금 이상은 건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이 중재판정부의 결정을 그대로 지킬지는 미지수다. 신 회장 측은 이미 중재판정부가 판정 이후 30일이내 평가기관을 선임해 제출하라는 평가보고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13여년을 함께해온 컨소시엄에서 이견이 발생한 것은 펀드마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교보생명 지분 인수를 위해 4545억원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56% 수준인 2550억원의 인수금융을 활용했다. 이후에도 차입금을 늘리는 대신 일부 리파이낸싱과 투자기한 중 발생한 배당 등을 통해 단가를 꾸준히 낮췄다. 업계에선 어피니티의 평균 단가가 주당 17만원 수준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차입금을 아예 쓰지 않고 자기자금으로만 2260억원을 투자한 GIC도 평균단가를 꾸준히 낮췄다보니 가격 협상에서 여유가 충분하다.
신 회장 측은 교보생명 지분 5.23%를 보유한 EQT파트너스(당시 베어링PE)와도 주당 23만원 수준에서 매입 협상을 제의하고 있다. 하지만 EQT의 상황은 어피너티, GIC와는 다소 다르다.
EQT는 총 2624억원을 투자한 후 다음해 차입금으로 1630억원을 조달했고, 2년 뒤 리캡을 통해 300억원 이상을 회수했다. 2018년엔 차입금 이자 등을 갚기 위해 7%대 금리의 중순위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고 400억원 이상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이렇게 쌓인 차입금이 지난해 11월 2630억원으로 이미 원금 이상이다. 이로 인해 평균 단가도 중순위 투자자 기준 28만원 수준까지 차올랐다. EQT는 후순위 에쿼티인 자신들의 몫은 0원이 되더라도 지분을 팔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과거 중순위 차입 과정에서 금융사에 매각 동의권을 부여했는데, 금융사 입장에선 자신들의 투자 원금 수준인 28만원 미만에 매각할 것을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어피니티와 EQT 모두 교보생명 투자 이후 경영진의 변동이 생긴 점도 변수다. 어피니티는 투자를 주도했던 이철주 부회장과 이상훈 전 한국 대표 등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 극적으로 투자금 회수에 성공하더라도 퇴사한 파트너들의 성공보수로 대부분 이전되다보니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유인이 적다. EQT에 인수된 베어링PE도 당시 파트너들이 회사를 떠난 상황이다.
IMM PE의 상황은 복잡하다. IMM PE도 2624억원을 투자하면서 절반 가량을 대출금으로 조달한 데다 2016년 리캡으로 400억원을 조기에 배당하면서 인수금융 잔액이 2000억원까지 쌓였다. 여기에 더해 투자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공동투자펀드(500억원)를 꾸려 참여했기 때문에 LP들에게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야할 상황이다.
업계에선 IMM PE가 LP들의 손실을 끼치지 않을 평균 단가를 주당 31만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2차 중재 결과를 끝까지 이끌어갈 유인이 충분한 셈이다. 앞선 글로벌PE들과 달리 IMM PE의 출자자(LP)가 한국 시장에서 연을 이어가야 할 주요 연기금 공제회 금융사들인 점도 쉽사리 '합의'에 나설 수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신 회장 측은 최근 어펄마 지분 5.33%를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39.11%까지 늘렸다. 보유 지분을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에 담보로 제공해 2000억원을 조달했다. 어피니티와 GIC 지분까지 확보에 성공하면 과반지분(52.66%) 확보에 성공하게 된다. 끝까지 분쟁을 이어가려는 IMM PE 입장에선 신 회장이 조달할 수 있는 현금이 점차 줄어드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반대로 다른 FI들이 먼저 낮은 가격에 투자금을 털수록 2차 중재 절차를 끝까지 밟으려는 IMM PE 지분을 되사갈 신 회장의 자금 부담이 오히려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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