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지하철을 타다 보면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는 일이 종종 있다. 34번가에 있는 펜스테이션 인근, 맨해튼과 브루클린 사이에 있는 이스트강 밑을 지나갈 때 등이다. 스마트폰이 안 터질 때 지하철이 역과 역 사이에서 멈추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자도 뉴욕으로 들어가는 지하철을 탔다가 약속 시간이 이미 지나버렸는데 그 사람에게 연락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많았다.세계의 경제 수도라는 뉴욕 지하철에서 이런 아찔한 일이 벌어지는 건 뉴욕 대중교통당국(MTA)의 재정난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스크린도어, CCTV, 안전요원을 갖추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MTA는 그럴 돈이 없기 때문이다. MTA는 작년 9월 기준으로 부채가 470억달러(약 67조원)에 달한다. 불법 무임승차가 만연한데도 이를 방치한 데다 코로나19 기간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감해 재정난이 커졌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뉴욕주 정부와 MTA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내놨는데,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1월부터 맨해튼 60번가 이남 지역으로 들어오는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었다. 혼잡통행료는 승용차 기준으로 최대 9달러가 매겨졌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9일 느닷없이 뉴욕시 혼잡통행료 정책을 철회하도록 했다.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려면 연방정부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이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왕관을 쓴 자신의 모습을 SNS에 올리며 ‘국왕 만세’라고 적었다. 하지만 구멍 난 재정을 어떻게 메울지, 뉴욕 지하철 치안은 어떻게 할지에 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뉴욕주와 MTA는 즉각 소송을 내겠다고 맞섰다. 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피하다보니 뉴욕 교통당국이나 연방정부가 발표하는 정책마다 갈등이 불거지는 꼴이다. 정치인이 눈앞의 인기에만 급급해 내놓는 정책이 빚어내는 혼란은 어디서나 비슷한 것 같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