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정협의회에서 정부가 제안한 ‘국민연금 조건부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하지 않기로 24일 입장을 바꿨다. ‘소득대체율(받는 돈) 44%’ 전제하에 ‘국회 동의 후 발동’ 조건을 달면 자동조정장치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가 지지 기반인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서자 나흘 만에 전격 철회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 수용을 전제로 소득대체율 관련 민주당의 주장을 전향적으로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표가 방향을 바꾸면서 연금개혁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노동계 반발에 밀려 반도체특별법 내 주 52시간제 예외 입장을 뒤집은 데 이어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는 이날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회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게 국민의힘 측 참석자의 전언이다. 이 대표가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수와 기대 여명 등에 따라 연금 지출액을 조정해 재정 고갈을 방어하는 장치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회의 이후 “민주당이 주장하는 소득대체율 43~44%도 수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정부안(42%)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조만간 실무협의를 개최해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이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정부가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면 자동조정장치를 조건부로 수용하겠단 의사를 국정협의회에서 밝혔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하지만)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당에 전달해 오면서 오늘 실무협의에서 이런 입장(수용 불가)을 제시했다”고 했다.
민주당이 연금 모수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 25일 복지위 전체회의를 거쳐 26일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과 관련된 중차대한 사안을 야당이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부담된다”는 이유에서 여야 간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당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슬기/정상원/박주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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