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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로운 미소를 가지리, 전북 익산의 종교성지

입력 2025-02-26 06:31  

계절은 사춘기를 겪는 아이 같다. 변화무쌍하다. 크려는 자는 제 안의 여러 생각의 파도를 거치기 마련인지라 넉넉한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다. 뿌리 뽑히지 않는 나무처럼 곧은 심지의, 매일 열매 맺는 넉넉함으로 살 수 있길 기도할 뿐이다.

익산에는 천주교 성지인 나바위성당, 개신교 초기 예배당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두동교회, 원불교 성지인 원불교중앙총부가 두루 자리한다. 각자 종교는 달라도 모든 종교가 구원, 희망 등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니 어느 곳을 둘러봐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와 인연이 깊은 익산의 '나바위성당'


서양식에 한국 전통 양식이 덧대어진 나바위성당은 뾰족한 첨탑, 붉은 흙벽의 팔작지붕을 얹은 긴 회랑이 특징이다. 이와 비슷한 성당은 익산 외에는 본 적이 없다. 나바위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인연이 깊다. 그러고 보니 갓을 쓴 신부와 나바위성당은 닮은 것도 같다.



김 신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양학 유학자로 라틴어, 프랑스어, 중국어, 영어, 조선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했다. 1842년 남경조약(제2차 아편전쟁) 통역관으로도 참석했으며, 외국인 선교사의 조선 입국로를 개척하는 데 부단한 노력을 다했다.

김 신부는 조선 헌종 11년(1845)에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 11명의 교우와 함께 고국, 조선으로 향한다. 거센 풍랑 속에 배는 강경(논산 소재)에서 조금 떨어진 나바위에 상륙한다. 나바위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사제로서 첫발을 뗀 곳이자, 복음을 전파한 곳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1906년 세운 나바위성당은 초대주임인 베르모레르(한국이름 장약슬 요셉) 신부가 감독하고 명동성당의 포아넬 신부가 설계를 맡아 이듬해 완공했다. 이 아름다운 성당을 김대건 신부가 직접 보았다면 무어라 말했을까?

다시금 선교사 입국로를 개척하기 위해 황해도로 떠난 김 신부는 귀향길에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는다. 조정은 그의 능력을 높이사 고문과 회유를 반복했으나 신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1846년 9월, 사제 서품을 받은 지 일 년이 막 지났을 때 김대건 신부는 새남터에서 순교한다. 그의 나이 26세였다.



지난 2023년 9월 바티칸에서 익산으로 뜻깊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가톨릭 성지인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도포에 갓을 쓴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설치된 것이다. 아시아 출신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것은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김대건 신부의 업적은 그만큼 거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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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갖고 싶어
그 자비로운 미소를!


불교하면 흔히 산중 사찰에서 수행하는 스님을 떠올릴 테지만, 원불교는 외향부터 그와 퍽 다르다. 눈에 보이는 외형보다 보이지 않는 ‘도’ 이를테면 마음 다스림에 더 집중하는 듯하다.전국적으로 자리한 원불교 성지는 5곳, 그중 익산성지는 소태산 대종사가 중앙총부를 설립한 곳으로 원불교 내에서도 상징적인 장소다.



원불교는 1916년 박중빈(소태산 대종사, 1891~1943)이 구도 끝에 진리를 깨닫고 세운 종교다. 원불교와 함께 최제우가 세운 천도교가 민족종교로 잘 알려져 있다.종교를 떠나 이곳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원불교 역사 그 자체를 상징하는 오래된 건축물에서 비롯된다.



대각전, 구정원, 청하원, 공회당, 종법실, 송대 등으로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건설되었다. 대종사 성탑과 나란히 자리한 송대는 한옥과 일본 양식이 어우러진 목조 기와집으로 소박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드리운다. 소태산 대종사의 휴양과 정전 집필을 위한 공간으로 현재도 기도실로 활용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일대 건축물은 실제 거주를 위해 지은 집으로 원불교에 입교한 교도들이 후에 총부에 희사한 것이 대부분이다. 종교 성지에서 만나는 살림집, 100여 년에 가까운 삶의 흔적은 낯설고도 아름답다. 파란색 함석지붕에 하얀색 외벽이 멋스러운 공회당 등은 지난해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정년이>의 주요 장면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야무지게 스탬프 투어를 하며 건물을 돌아보는 데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검은 옷에 단정하게 빗어 올린 머리, 살짝 미소진 얼굴의 교도들이다. 원불교중앙총부는 교단의 성지이자 재가·출가 교도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수행하는 공간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일원상’, 원불교를 상징하는 동그란 문양에는 ‘모든 이치와 관계는 하나이고, 만물은 모두 연결돼 통해 있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본래 마음의 모습은 둥글고 원만하다는 것, 시작도 끝도 없이 하나로 연결된 세상 만물의 관계를 깨우친다. 배려하면 마치 손해를 보는 것만 같은 현대사회에서 일원상을 구하면 저러한 자비로운 미소를 갖는 것인지, 여행자는 궁금증이 커진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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