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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렬한 마지막 손키스에 울컥…옥주현 '마타하리', 매혹 그 이상 [리뷰]

입력 2025-02-25 17:34   수정 2025-03-17 10:41


파격적인 의상에 숨이 턱 막히는 섬세한 몸짓의 향연. 스트립 댄스를 선보이며 수많은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타하리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37년 뒤 '희대의 미녀 스파이'로 기록됐다.

파리 해부학 박물관에서 공개될 예정이었던 마타하리의 머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몰려든 사람들은 그녀를 '매혹적'이라고 기억하면서 동시에 '반역자', '스파이'라고 비난했다. 마타하리는 정말 나쁜 여자였을까.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하는 걸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녀의 곁을 지키는 한 늙은 남성만이 "그렇지 않다"고 외칠 뿐.

뮤지컬 '마타하리'가 3개월 여정의 끝을 향해가고 있다.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번째 창작 뮤지컬로 2016년 초연해 이번이 네 번째 시즌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마타하리라는 주인공의 서사가 작품을 끌고 간다. 아동 학대, 가정 폭력에 이어 아이까지 잃은 마가레타가 프랑스 파리로 넘어와 마타하리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인도네시아 자바의 여인들에게 배운 춤으로 무희 생활을 시작한 마타하리는 유럽의 유명 인사들과 깊은 친분을 쌓게 되고, 프랑스 독일군의 정보를 빼내라는 지시까지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중 스파이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유려한 연출과 서정적인 음악은 '마타하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마가레타가 발레를 하며 마타하리를 쫓아다니는 모습은 그녀의 내면에 깊게 빠져들고 공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고혹적인 벨리댄스와 함께 마타하리가 탄생하는 작품의 하이라이트 '사원의 춤'은 임팩트 있는 몽환적인 조명과 어우러져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매 장면 감성을 건드린다. '지킬 앤 하이드', '스칼렛 핌퍼넬', '시라노', '몬테크리스토', '데스노트', '웃는 남자' 등의 음악을 책임지며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로 꼽힌 그답게 '마타하리'에서도 친숙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죽음을 앞둔 마타하리가 '마지막 순간'을 부를 땐 비로소 감정이 폭발한다.

마가레타가 마타하리로 재탄생하는 것만큼이나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되는 건 아르망과의 만남이다. 어둡고 가슴 아픈 과거를 지닌 마타하리는 아르망에게서 처음으로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짙어진 사랑은 그녀의 마음에 '용기'라는 씨앗을 뿌렸다.

목숨이 걸린 위태로운 스파이 생활에도 마타하리가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는 데에는 아르망을 향한 무한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쟁터로 떠난 아르망을 만나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국경을 넘었고, 억울함까지 누르고 기꺼이 죽음을 택했다.

하지만 아르망과의 관계에서 얻은 가장 큰 가치는 스스로를 얽매던 과거의 자신에게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변화한 나'였다. 마타하리의 용기는 비록 세상을 바꾸진 못했어도, 비겁하고 거짓된 자들에게는 최대의 형벌이 됐다. 죽음 앞에서도 "내 운명에 당당히 맞서겠다"며 뜨거운 손 키스를 날린 마타하리는 이내 그 누구보다 단단한 여인으로 기억된다.


'마타하리'는 프랭크 와일드혼이 옥주현을 떠올리며 넘버를 만들기 시작한 작품이다. 옥주현은 '마타하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냈다. 초연부터 네 시즌 연속 출연하면서 마타하리의 삶을 표현하는 그의 눈빛과 몸짓, 감정 표현까지 모든 것들이 풍부하게 농익었다. 그 표현은 단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다. 때론 한없이 가녀리고, 때론 놀라울 정도로 강인하다.

그가 날리는 마지막 손 키스는 사랑에 모든 걸 던진 용기, 삶을 온전한 자신의 것으로 완성해낸 순수함과 기개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처럼 느껴진다. 매혹 그 이상의 '마타하리'를 만나게 된다. 옥주현이 왜 '마타하리'의 대명사로 여겨지는지 단숨에 납득이 가는 3시간이다.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남는 건 옥주현 '마타하리'에 매료된 나 자신이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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