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보조금이 AI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한다는 취지인데 국비 과정을 수료한 인력 중 상당수는 취업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DT 수료 후 6개월 내 취업률은 2021년 67%에서 2022년 63.5%, 2023년엔 54.3%로 계속 하락했다. 관련 직종 취업률도 2021년 78.7%에서 2023년 73.1%로 떨어졌다. 교육받은 내용과 상관없는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개발자 구인난으로 주요 테크기업이 부트캠프 출신 테크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최근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인재관리(HR) 기업 사람인 조사 결과 IT 개발, 데이터 등의 직무에서 신입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11.9%뿐이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는 신입 채용을 줄였고, 스타트업들도 투자 혹한기에 인력을 늘리지 않고 있다. 중소 시스템개발(SI) 업체들이 개발 인력을 구하고는 있지만 근로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유명 부트캠프를 나오면 기업에서 모셔갈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특별한 성과나 포트폴리오가 없으면 중소기업 취업도 쉽지 않다”며 “작은 SI 업체에 들어갔다가 기대한 처우와 달라 금방 나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KDT 수료자의 취업 후 3개월 고용유지율은 2021년 95.5%에서 2023년 92.3%로 하락했다.
취업이 안 되다 보니 다른 국비 교육이나 자격증 학원을 뺑뺑이 도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실천공학교육학회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정부가 지원하는 1인당 교육비가 높을수록 오히려 수료생의 눈높이도 함께 올라가 구직기간이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1000만원이 넘는 교육 과정을 들은 수료생의 취업 후 고용유지율도 떨어졌다. 최영섭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훈련 비용을 과잉 지급했을 때 나타나는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테크 인재 육성책이 민간 교육기관만 배 불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KDT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A씨는 “당장 AI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처럼 홍보한 학원이 계속 자습만 시켰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학생은 “수강생 간 수준 차이가 큰데 가장 낮은 수준에 맞추다 보니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단기간에 테크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자격이 부족한 곳까지 훈련기관에 포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학원에선 연계 업체에 단기로 취업시켜 보여주기용으로 취업률을 높이는 꼼수까지 쓰고 있다.
최근 국가AI위원회가 발표한 AI 인재 확보 대책도 이 같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구직자 청년을 위한 AI·SW 전문 인재 양성 과정 확대,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AI 특화 교육과정 등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범용 테크 인재 양성책과 결이 비슷하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초급 엔지니어 과잉 공급이 심한데 또 어떤 양산 프로그램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KDT 취업률과 고용유지율은 일반 훈련보다 높다”며 “다만 급격한 물량 확대로 일부 과정이 본래 목적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기준 정비와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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