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박수남 감독 회고전을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1935년생으로 재일조선인 2세인 박수남 감독은 태평양 전쟁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재일조선인 원폭 피해자 등 역사에 묻혀 있는 이들을 조명하는 데 평생을 바쳤으며, 이번 회고전은 박수남 감독의 전작 5편을 모두 상영하는 최초의 기획전이다.
박 감독의 첫 작품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으로 피폭된 재일조선인의 목소리를 담은 <또 하나의 히로시마 ? 아리랑의 노래>(1986), 1945년 태평양전쟁 막바지 오키나와 전투에 강제 투입된 ‘군속’과 ‘위안부’ 피해자의 실상을 쫓는 <아리랑의 노래- 오키나와의 증언>(1991),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전쟁의 기억을 품고 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누치가후 ? 옥쇄장으로부터의 증언>(2012) 등은 OTT 등을 통해서도 쉽게 볼 기회가 없었던 영화들이다.
또 2016년 공개된 <침묵>(제8회 DMZ Docs 용감한 기러기상 수상)은 1980년대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배봉기 할머니와 17세에 북만주 위안소에 감금되었던 이옥선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들을 오랜 시간 침묵 속에 살게 만든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가받으며 한국과 일본 양국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아울러 '되살아나는 목소리'는 박수남 감독이 딸 박마의 감독과 함께 작업한 작품으로 박 감독이 그동안 기록해 온 10만 피트 분량의 16mm 필름을 다시 들여다보며 잊힌 피해자들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작품은 지난해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강진석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광복 80주년인 2025년, 우리는 일본군의 성노예로 학대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에 연대하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착취와 학대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일들이 누군가의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쉽게 간과한다”며 “거의 모든 생애를 역사에서 배제되고 잊힌 이들을 조명하는데 헌신한 박수남 감독의 전작 5편을 통해 기억을 만드는 기록의 힘을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번 회고전의 의미를 전했다.
DMZ Docs 온라인 기획전 ‘박수남 감독 회고전 ? 기록은 기억을 만든다’는 온라인 플랫폼 다큐보다docuVoDA에서 오는 28일부터 3월 28일까지 진행되며 전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편 120여 편의 국내외 최신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제17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는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7일간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 특례시 일원에서 열린다.
파주=윤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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