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63)이 비판 여론과 중징계 리스크 속에서도 4선에 성공했다. 축구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축구인들의 표심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26일 서울 사직동 축구회관에서 치러진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정 회장은 총투표수 183표 중 156표를 얻어 득표율 85.24%로 당선됐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15표(8.19%),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는 11표(7.05%)에 그쳤다. 무효표는 1표였다. 정 회장은 1차 투표에서 유효 투표 과반을 얻으면서 결선 투표 없이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192명의 선거인단은 시·도협회 및 전국연맹 회장, 프로축구 K리그1(1부) 구단 대표이사 등 당연직 대의원과 이 단체 임원 1명씩을 비롯해 무작위 추첨을 통해 뽑힌 선수·지도자·심판으로 구성됐다. 축구협회 산하 단체장이 총 66명으로 전체의 34.3%를 차지하는 가운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정 회장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두 야권 후보가 나란히 ‘반(反) 정몽규’를 외쳤지만 축구계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단(현 울산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축구계와 인연을 맺고 있다. 2013년 경선을 통해 축구협회 수장을 처음 맡은 정 회장은 2선, 3선 때는 단독 후보로 무난하게 당선됐다. 이번에 4선에도 성공하며 16년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정 회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많다. 2023년 3월 승부조작 축구인 등을 기습 사면해 논란이 됐고, 위르겐 클린스만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로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정 회장의 4선 연임에 반대하는 의견이 61.1%에 달했다.
중징계 리스크 불씨도 여전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 회장 등 주요 임원에 대해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라고 협회에 요구했다. 선거에 앞서 축구협회가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정 회장은 후보자 자격을 유지했지만, 문체부의 항소 결정으로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체부는 협회가 정 회장 징계를 요구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환수하고 제재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문체부와의 갈등에 대해 “막힌 곳이 있다면 뚫고, 묵힌 곳이 있다면 풀어나가겠다”며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직접 나서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과감한 개혁을 통한 축구협회 신뢰 회복 등을 약속한 정 회장은 “작년 축구 팬들의 질책을 잊지 않겠다”며 “결자해지의 굳은 각오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정 회장의 임기는 당선증을 받은 이날부터 2029년 초 정기총회일까지 4년이다. 당초 새 회장 임기 시작일은 지난달 22일 정기총회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번 선거가 허 전 감독의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두 차례 파행을 겪은 탓에 한 달 이상 늦어졌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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