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대니쉬 더건강한 우유’ 900mL는 2013년 2450원 가격표를 달고 처음 출시됐다. 한국소비자원이 물가 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표시한 지난해 말 가격은 2851원. 11년간 가격이 401원 오르는 데 그쳤다.연평균 상승률이 1.5%를 밑돌던 덴마크 우유값이 지난달 갑자기 4976원이 됐다. 한 달여 만에 74% 폭등한 이유는 허망하다. 참가격에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유통업체의 입력 실수가 걸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자가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소비자원은 별다른 공지 없이 우유의 가격을 2980원으로 정정했다. 제품값이 그럴 리 없다며 반발한 해당 우유 담당자와 일선 판매 상인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면 기업이든 소비자든 참가격 정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식품회사 간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이 표시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 그러려니 한다”고 했다.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자 하는 좋은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런 식의 가격 정보라면 540개 상품이 아니라 1000개, 1만 개 상품 가격을 알려준다고 해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소비자에게 신뢰할 만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종합 포털 사이트라는 소개에 걸맞은 정확성이 요구된다.
소비자원도 참가격 시스템이 낡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유통업체들이 전달해주는 가격을 시스템에 입력하고 40여 개 매장에 대해서는 용역을 맡겨 실제 가격을 확인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충분할 리가 없다. 참가격에 정보를 주는 유통업체는 500개가 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 특정 구간을 벗어난 가격이 입력되면 경고가 울리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등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챗GPT 등 인공지능(AI)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시대에 동떨어진 시스템을 입력 오류 탓만으로 돌리기엔 소비자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크다.
생활물가가 득달같이 오르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안정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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