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라면의 주요 수출 대상은 중국 미국 네덜란드 일본 필리핀 순이다. 이 중 중국의 비중이 1월 기준 18.9%로 가장 높다. 미국이 16.5%로 비슷하고 유럽의 물류 중심지인 네덜란드가 5.5%를 차지했다. 1월 미국과 필리핀 수출은 똑같이 49.8% 증가했다. 반면 일본은 5.5%, 네덜란드는 36.2% 감소했다.
K라면 수출 급증의 계기는 2014년 SNS에서 유행한 ‘매운맛’ 도전(챌린지)이다. SNS에 익숙한 MZ세대가 같은 해 크게 유행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이을 소재로 ‘불닭볶음면 챌린지’ 먹방(음식을 먹는 인터넷 방송)을 선택하면서 강력한 글로벌 마케팅 효과를 냈다.
‘진라면’을 대표 제품으로 내세운 오뚜기의 대중국 수출 증가세도 인상적이다. 자회사인 오뚜기라면 공장이 있는 경기 평택의 대중국 라면 수출액은 1월 233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월 1만7400달러로 쪼그라든 수출액이 134배나 늘었다. 대중국 라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5%로 삼양식품(81.3%)보다 크게 낮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오뚜기는 방탄소년단(BTS) 진을 모델로 내세워 라면 봉지에 ‘Jin ramen’을 새긴 글로벌 캠페인을 해왔다.
농심 공장이 있는 부산 사상구에서의 대중국 라면 수출은 삼양식품, 오뚜기와 달리 1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의 공식 계정에서도 삼양식품은 약 70만 명의 팔로어를 자랑한다. 오뚜기 팔로어는 10만 명으로 국내 라면 제조업체 중 2위를 차지했다. 박이경 한경에이셀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오뚜기 라면의 중국 브랜드가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며 빠른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신제품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SNS 챌린지 유행 이후 수출 전용 제품인 ‘푸팟퐁커리 불닭볶음면’을 작년 중국에서 출시했다. 미국과 일본 시장을 노린 ‘하바네로 라임 불닭볶음면’과 ‘야끼소바 불닭볶음면’도 내놨다.
삼양식품 주가는 지난달 28일 기준 주당 86만원으로, 올 들어서만 20% 넘게 상승했다. 시총은 6조4784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음식료·담배 업종 가운데 KT&G(약 12조3231억원)에 이어 가장 크다. 한경에이셀에서 열흘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잠정 수출이 급증할 때마다 투자자의 관심을 끌며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아왔다.
삼양식품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300억원, 3442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45%, 133% 급증했다. 불닭볶음면 출시 직전 연도인 2011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87억원, 149억원이었다. 농심 시총은 삼양식품의 3분의 1 수준인 2조742억원이다. 오뚜기 시총은 1조5510억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라면은 지난해 농식품을 포함하는 ‘K푸드 플러스’ 품목 가운데 수출 1위를 차지했다. 수출금액은 12억4850만달러로, 2023년 대비 31.1% 증가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말 라면 수출 기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라면이 수출될 수 있도록 K콘텐츠 연계 홍보, 소비자 대상 홍보 등 총력 지원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박이경 데이터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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