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the Oscar goes to…Anora!(오스카상의 영광은 아노라에게 갑니다!)”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극장가를 달군 걸작들의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과 달리 올해 오스카는 ‘아노라’의 독무대였다. 제작비 600만달러의 독립영화가 할리우드 대작 틈바구니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 5관왕에 올랐다. 감독상을 거머쥔 숀 베이커 감독은 “인디(독립)영화는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며 성공을 자축했다.아노라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을 받았다. 남우조연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5개 상을 싹쓸이하며 최다 수상작이 됐다.
그러나 최근 브루탈리스트가 촬영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고, 에밀리아 페레즈는 주연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SNS에 인종·종교 차별적 발언을 한 이력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며 오스카 레이스에 반전이 생겼다.브루탈리스트의 경우 헝가리어에 익숙지 않은 배우의 발음 교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AI 기술을 활용했다지만, 할리우드는 AI를 두고 배우와 작가들이 파업까지 벌일 만큼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미국 문화계가 각종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에밀리아 페레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아카데미 수상작은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인들의 투표로 선정되기 때문에 두 작품의 수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왔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 두 부문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아노라는 다양성 측면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제작비로 600만달러를 쓴 이 영화는 할리우드 기준으로 저예산에 속하는 독립영화다. 1억9000만달러가 투입된 ‘듄: 파트2’와 비교하면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영화산업이 침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독립·예술영화의 가능성을 재발견했다는 찬사가 나왔다. 이날 아노라 제작자인 알렉스 코코는 무대에 올라 “독립영화를 만들고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제작해달라”며 “이 상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영화 내용과 제작 과정에서의 다양성도 아카데미 회원들의 높은 관심을 샀다. 아노라는 미국 뉴욕의 스트리퍼클럽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계 여성이 러시아 재벌과 결혼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코미디로, 성노동자의 애환을 담아낸 영화다. 최근 아카데미는 백인 위주의 ‘화이트 오스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작품상 후보 조건으로 유색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거나, 이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야 한다는 ‘다양성 조건’을 내걸었다. 아노라가 이런 ‘오스카 코드’에 들어맞았다는 분석이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플로우’가 받았다. 플로우는 동물 다큐멘터리가 연상될 만큼 사실감 높은 연출로 호평받으며 골든글로브에 이어 오스카까지 거머쥐었다.
유승목/김수현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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