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수 효과는 한계소비성향, 즉 추가로 얻은 소득 중 소비에 쓰는 금액의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승수 효과의 크기는 1÷(1-한계소비성향)으로 계산한다. 앞서 든 예시처럼 호텔, 가구점, 치킨집이 추가로 번 돈을 전액 소비에 쓴다면 한계소비성향은 100%이고, 승수 효과는 무한대가 된다.
이렇게 돈이 무한히 돌고 도는 경제는 외부에서 한 차례 동력을 전달받으면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도 영원히 작동할 수 있다는 영구기관을 연상시킨다. 실제 물질계에서 영구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 기관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마찰열 등으로 열 손실이 발생해 처음에 공급된 에너지가 100% 일로 전환되지 못하고 소멸하기 때문이다.
지역화폐처럼 소비 지출 외 용도로는 쓸 수 없는 ‘소비 쿠폰’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지급된 1차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증대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한계소비성향이 0.217이었다. 100만원을 받았다면 소비는 22만원밖에 늘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대만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소비 쿠폰의 소비 증대 효과도 지급액의 24.3%에 그쳤다. 이 정도만으로도 경제 위기 시에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지급한 지역화폐가 무한히 돌면서 수요를 창출할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과 다르다.
지금도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되고 있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중 75%인 182곳이 올해 지역화폐를 발행한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2022년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이 소비자 구매 행태 및 지출 규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경기도와 인천시가 지역화폐를 도입한 뒤 소비 지출 증가 폭은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국민 1인당 25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려면 약 13조원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다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고,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가 오른다. 물가나 금리가 오르는 것이 싫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만큼의 가성비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인지 더 신중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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