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TSMC에 생산물량 몰아준 게 부메랑으로

입력 2025-03-03 18:18   수정 2025-03-04 01:32

“2025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출하량은 공급망 혼란의 영향을 받았다.”(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

엔비디아도 게임용 GPU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 여파로 지난해 4분기 게임용 GPU 매출(25억달러)이 전년 동기보다 11%나 줄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인을 알아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엔비디아가 GPU 생산을 맡긴 대만 TSMC에 다른 기업들의 주문도 몰린 탓에 생산량을 늘릴 수 없어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TSMC에 “캐파를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2023년 기준 TSMC가 가장 큰 물량을 배정한 고객은 애플(매출 기준 25%)이다. 엔비디아(11%)는 애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생산량이 한정되다 보니 엔비디아는 게임용 GPU보다 수익성이 높은 AI 가속기용 GPU에 생산물량을 몰아줬고, 이게 게임용 GPU 공급대란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발생한 대만 지진이 엔비디아의 게임용 GPU를 생산하는 TSMC 공장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도 RTX 50 시리즈 생산을 맡기는 ‘복수 공급망’ 전략을 썼다면 그래픽카드 공급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2020년께 2세대 전 그래픽카드인 ‘RTX 30’ 시리즈용 GPU 생산을 삼성전자 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 맡겼지만, 이듬해 나온 후속작 ‘RTX 40’ 시리즈는 TSMC에만 위탁했다. 삼성전자 수율이 기대에 못 미친 탓이다.

현재 삼성전자 4㎚ 공정은 수율과 생산능력 측면에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2·3㎚ 최첨단 공정과 4·5㎚ 공정 고객사를 동시에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에 들어갔다. 중국을 중심으로 주문이 늘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당장 RTX 50 생산을 삼성에 맡기긴 어렵지만 차세대 제품에선 복수 공급망 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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