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04일 11: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SM라이프디자인(SM Life Design)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성장을 노리고 있다. 2020년 이후 드라마 사업을 접고 앨범 제작 및 굿즈 물류 사업에 집중하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경기도 파주에 스튜디오를 신설완공해 콘텐츠 제작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했다. 한편으로는 와인 사업과 외식 자회사를 정리하며 수익성을 확 끌어올렸다. 남화민 SM라이프디자인 부사장(CFO)은 4일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는 한편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구조 변경에 매각 거듭
SM라이프디자인은 복권 인쇄회사 KD미디어로 출발한 회사다. 민영화 정책이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1998년 말 서울신문사의 복권 인쇄사업이 분리됐다. 당시에는 적잖은 이익을 거뒀다. 복권 인쇄사업이 사실상 독점이었기 때문이다. SM라이프디자인은 이를 토대로 2002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하지만 회사는 상장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화투자 배급 등 다른 사업에서 손실이 커지면서다. 재무 상태가 꾸준히 악화하는 와중 경영권 분쟁까지 겪었다. 결국 회사는 2016년 FNC엔터테인먼트에 매각됐다.
회사는 이때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발을 걸쳤다. 사명을 KD미디어에서 FNC애드컬쳐로 바꾸고, 드라마 및 예능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는 2018년 경영권이 다시 바뀌면서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가 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SM C&C, 키이스트와의 역할 배분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앨범 인쇄사업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적자를 완전히 탈피하진 못했다. 수익을 가져다준 복권 인쇄사업이 완전히 가로막히면서다. 당시 복권입찰 참여가 중소기업으로 제한돼 SM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후 입찰 참여가 불가능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DVD제작사업도 크게 위축됐다.
‘문어발 사업’도 걸림돌이 됐다. SM라이프디자인은 외식 사업 등 SM엔터테인먼트의 부대사업을 도맡았다. 2019년 인수한 외식업체 비컨홀딩스의 실적도 점차 악화했다. 이에 SM라이프디자인은 2019년 30억2600만원, 2020년 30억47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외식 등 非핵심사업 정리
탁영준 SM라이프디자인 대표는 2022년 취임 이후 회사의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탁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와 SM라이프디자인의 대표를 겸임하면서 사업구조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사업구조를 속도감 있게 개선하지 않으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서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던 남 부사장을 등기이사에 선임한 것도 탁 대표다.탁 대표와 남 부사장은 수익성이 불확실한 드라마 제작 등 과거 사업부터 빠르게 정리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된 앨범제작 사업과 파주사옥을 활용한 굿즈 물류사업에 집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정리하는 데도 팔을 걷어붙였다. 남 부사장은 2022년 하반기 외식 자회사 비컨홀딩스 대표를 겸직하면서 1년 만에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신사업 발굴에도 나섰다. 탁 대표와 남 부사장은 뮤직비디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직접 지어 올리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외부 드라마·뮤직비디오 제작사의 수요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남 부사장은 물색 끝에 경기도 파주 검산동 일대의 약 1만560㎡(3200평) 부지를 사들인 뒤 연면적 5940㎡(1800평) 규모의 스튜디오를 지어올렸다. 남 부사장은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곳을 찾기 위해 부지 수십 곳을 뒤졌다”면서 “해당 부지의 미래 가치를 생각했을 때 평가차익도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배당”
SM라이프디자인의 ‘SM스튜디오는’ 작년 말 완공돼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지상 4층 규모에 옥상 휴게공간을 갖춘 본관과 목공소 및 창고로 활용할 수 있는 별관으로 구성됐다. 17m 높이의 대형 호리존과 최신 무대장치 설비가 구축돼 다양한 촬영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M라이프디자인은 외식 자회사 비컨홀딩스 매각에도 성공했다. 손익구조가 개선된 영향이 컸다. 최근 들어선 와인 자회사의 정리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매상을 통해 판매하던 기존 방식 대신 판매가격을 낮추고 직접 판매에 나서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했다.
이 같은 SM라이프디자인의 체질 개선 노력은 실적에 반영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한 이 회사는 2021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2022년에는 약 35억1000만원, 2023년에는 26억9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24년 영업이익은 35억2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SM라이프디자인은 주주환원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결손금 약 176억원을 털어내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자본준비금과 이익잉여금(결손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경우 이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상법 규정을 활용해서다.
이번 조치가 완료되면 SM라이프디자인의 결손금은 없어지고, 약 2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갖게 된다. 이를 토대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주주배당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남 부사장은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 매입도 추진할 것”이라며 “SM스튜디오 등 신사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한편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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