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주 4일제 근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재발의 등 노동법제와 관련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도 그럴 것이 진영논리가 확실한 노동 관련 제도는 국회에서의 법 제·개정이 필수적이어서 입법 열쇠를 쥔 거대 야당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곰곰이 따져 보면 이 대표의 행보를 ‘갈지자’라고 욕할 일만도 아니다. 정치 성향을 떠나 이 대표의 말은 지당하기도 하다. 반도체특별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달 11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검토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 주 4일제 추진과 얼마든지 양립이 가능하다”고 썼다. 같은 달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세상이란 흑백만 있는 게 아니다. 국가 살림을 하겠다는 정당이 오로지 진보, 오로지 보수 이래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느냐”고도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튿날엔 “‘흑이 아닌 건 모두 백’은 아니다. 회색도 무지개색깔도 있다. 정치에서 옹고집은 유연함보다 문제다”고 주장했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전제하에 흑백이 아니라 유연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인식은 주 52시간 예외 적용은 물론 근로자들의 로망이라는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지름길이자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다름 아닌 근로시간 유연화, 이 대표가 말하는 ‘무지갯빛 유연함’과 같은 말이다. 총노동시간을 늘리지 않으면서 더 일하고 싶은 사람은 더 일할 수 있게 하고, 1주일에 나흘만 일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도록 하면 된다. 연장 또는 단축 근무에 관해서는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 건 당연하다.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이런 상식적인 일에 업종을 불문하고 획일적인 규제를 강제하니 문제가 됐던 것이다.
공포의 대상이 된 노조를 바라보는 경영계를 향해, 아직도 기업을 노동을 착취하는 자본으로 대하는 노동계를 향해 사회적 합의 운운하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현실적으로 지키지 못할 기준을 법으로 정해 놓고 어기면 처벌하는 흑백논리로는 반도체 경쟁력 회복은커녕 개인의 행복 추구, 나아가 국가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이 대표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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