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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보이콧 시달리는 테슬라

입력 2025-03-04 17:10   수정 2025-03-05 00:16

1996년 미국 라이프지에 나이키 축구공을 한땀 한땀 바느질하는 한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이 실렸다. 소년의 나이는 12세, 그의 시급은 6센트에 불과했다. 이 보도 이후 나이키는 미성년자 노동 착취를 일삼는 악덕 기업으로 낙인찍혔고, 세계적인 불매운동에 시달려야 했다.

20여 년 후인 2018년 나이키는 또 한 번의 보이콧을 겪는다.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과잉 진압해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며 국민의례를 거부한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보수 성향 소비자들은 나이키의 행보가 국민 갈등을 부추긴다며 이 회사가 만든 신발을 모아 불태웠다. 당시 1기 행정부를 이끌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끔찍한 메시지”라며 불매운동을 부추겼다.

나이키의 사례는 보이콧 패턴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대다수 소비자가 공감할 만한 흠결이 드러났을 때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보이콧의 타깃이 된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2022년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SNS에 ‘멸공’이라는 단어를 올린 후, 진보 성향 소비자들이 신세계 계열사를 겨냥해 불매운동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도마 위에 오른 기업은 테슬라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된 영향이다. 트럼프가 탐탁지 않은 진보 성향 소비자는 물론 DOGE 출범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 공무원들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보이콧은 거칠기 짝이 없다. SNS가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도 ‘무력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뉴욕의 테슬라 매장에선 시위대 9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보이콧 영향 등으로 이 회사 주가는 최근 3개월 사이 30%가량 떨어졌다.

국내 기업들이 테슬라 보이콧을 ‘강 건너 불구경’할 순 없을 것 같다. 한국도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화약고 같은 상황이어서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잘못 고쳤다가는 언제든지 표적이 될 수 있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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