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소비 절벽’에 이어 올 들어 ‘투자 절벽’까지 현실화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기업 설비투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창이던 2022년 10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깊어지자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는 평가다. 위축된 소비도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반도체 장비를 비롯한 기계류 투자가 전달에 비해 16.2% 줄었다. 2023년 1월(-13.4%) 후 최대 감소폭이다. 하루평균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도 전달에 비해 35.2% 줄어든 5550만달러(약 810억원)로 집계됐다. 자동차와 항공기,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도 전달에 비해 17.5% 감소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영향이 크다. 수출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설비투자를 꺼린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달보다 0.6포인트 빠진 85.3으로 집계돼 넉 달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갔다. 기준선인 100을 밑도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때인 2020년 9월(83.4)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 1월 건설사 시공액을 가리키는 건설기성은 전월에 비해 4.3% 감소한 9조823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11월(9조7380억원) 후 가장 적었다. 건설기성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진 데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결과다.
내수와 직결된 건설투자의 부진이 소비 절벽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높다. 지난 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0.6% 하락했다. 지난해 소매판매는 2.2% 하락하면서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덮친 2003년(-3.2%) 후 낙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가계, 기업의 심리 위축으로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투자의 동반 부진이 성장률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관세 전쟁 우려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관세 전쟁이 더 격화된다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0.1%포인트 더 떨어져 1.4%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외국계 경제분석업체들의 전망은 더 어둡다. 영국 경제조사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CE)가 지난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하향 조정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과 수출 지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관세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수출바우처 도입 등 우리 기업 피해 지원을 강화하고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 규모인 366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익환/이광식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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