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분기엔 기업들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추정치 대비 실적 하회가 잦은 편이다. 그럼에도 작년 하반기 주가가 지지부진하던 반도체·2차전지·화학 관련주의 실적 충격이 컸던 것은 적신호라는 평가다. 시가총액 상위주에선 삼성전자(-18.5%) 포스코홀딩스(-84.1%) LG화학(-248.3%·적자 확대) 등의 어닝쇼크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상반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를 누린 자동차와 금융지주 실적도 줄었다. 현대차(-17.6%) 신한지주(-20.4%) 하나금융지주(-20.1%) 등이 대표적이다. 이마트(-494.6%·적자 전환) GS리테일(-53.7%) 등 내수 대표주도 마찬가지다.
수출 환경 악화와 내수 침체라는 양방향 악재가 동시에 기업을 덮쳤다. 반도체는 판매가 상황이 좋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월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11월 20.6% 꺾인 뒤 바닥을 맴돌고 있다. 2차전지와 화학 분야 역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의 저가 공세란 이중고에 시달렸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수출은 환율이 부른 착시효과를 빼면 좋을 게 없었다”며 “계엄 사태 이후 제대로 된 내수 진작책이 나오기 어려워 관련주 흐름도 나빴다”고 평가했다.
최근 기업별 영업이익 전망치가 크게 상향한 업종은 방산과 원전이다.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달 대비 많이 끌어올린 상장사만 추려본 결과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79.1%) 현대로템(36.1%) 비에이치아이(31.9%)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작년 4분기에 깜짝 실적을 냈다. 불확실성이 커진 수출 환경에서도 수주 계약을 늘리고 있는 곳들이다.
관세 무풍지대로 주목받은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도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JYP엔터테인먼트(12.7%) 하이브(7.7%) 등이 돋보였다. 아티스트 활동 재개가 이익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HMM(14.9%) HD한국조선해양(7.9%) 등 미·중 갈등의 수혜를 보는 해운·조선주도 주목받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 들어 방산·조선·엔터 등에 수급이 쏠리면서 단기 고점에 대한 부담은 있다”면서도 “전자 자동차 등 기존 대형 수출주에선 구조적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안 업종으로 단기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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