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살 계획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못 산다고 생각합니다.”(29세 대학원생 정진혁 씨)
“‘영끌’로 집을 샀는데, 이자를 내고 나면 50만원 안 되는 돈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합니다.”(31세 공공기관 직원 L씨)
4일 한국경제신문이 만난 2030 청년은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자산 증식의 사다리가 끊어졌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내놓은 각종 세금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이들의 보수적 경제관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2030세대가 보유한 자산은 전체의 약 10.9%였는데, 부채는 19.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2020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40대 이상이 집값 급등 혜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아 자산을 크게 늘린 가운데 30대 이하는 부동산을 살 기회를 놓쳤거나 부동산을 구매했더라도 막대한 부채를 조달한 결과란 설명이다.
소득으로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2020년 이후 빠르게 높아졌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의 PIR은 올해 26.8로 조사됐다. 가처분소득을 26.8년간 모아야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2018년 18.1이던 서울 PIR은 빠르게 상승해 2022년 32.3까지 올랐다.
회계사인 김성철 씨(가명·30)도 “평생 집을 못 사지 않을까 싶다”며 “그 생각을 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최대한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L씨처럼 수십만원 정도 생활비가 남으면 차라리 나은 경우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부동산 경매시장에 나오는 주택이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0세 미만과 30대의 주택 소유자 수는 1년 전보다 8만3000명 줄었다. 60대(16만8000명 증가), 50대(8만6000명 증가), 70대(8만5000명 증가) 등 다른 세대에서 주택 소유자가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등을 경험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며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를 능동적으로 학습하며 이런 정책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대만에서도 주택 가격 급등 문제가 불거졌다. 대만 청년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가처분 소득의 절반을, 타이베이에 집을 샀다면 70% 이상을 쓰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강진규/이인혁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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