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해 첫 출장지로 인도를 택했다. 14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자 주요 경제대국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높은 거대시장을 LG의 텃밭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2018년 회장 취임 후 ‘ABC’(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해온 구 회장의 관심사가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래 성장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4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인도를 방문해 LG전자의 현지 연구개발(R&D)·생산·유통 과정을 점검했다. 구 회장이 취임 후 인도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 회장은 첫 일정으로 뉴델리에 있는 LG전자의 노이다 생산공장에 방문해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도 시장 1위로 도약하려면 향후 몇 년이 중요하다”며 “중국 기업과 차별화되는 전략을 실행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이얼, 메이디, TCL 등 중국 가전업체의 거센 추격을 어떻게 뿌리칠지 고민해달라는 당부였다.구 회장은 벵갈루루에 있는 ㈜LG 인도법인 산하 소프트웨어(SW)연구소에서 기술 혁신과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2000여 명의 현지 개발자가 웹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SW 등을 개발하는 이곳은 LG의 ‘서남아시아 R&D 메카’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갈수록 빨라지는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에 대응하는 데 인도 연구소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100만 명에 달하는 이공계 인재를 배출하는 인도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인재의 보고로 꼽힌다. 인도의 IT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인도 시장에 LG가 처음 뛰어든 건 1996년이었다. 소프트웨어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가 하나둘 터를 잡았다. 30년 동안 공들인 덕분에 LG전자는 주요 가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국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인도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 힘입어 인도법인 기업공개(IPO)에도 나섰다. LG화학은 올해 현지에 신규 공장을 가동한다. 구 회장은 “지금이 인도에서 지속 가능한 1등이 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했다.
구 회장은 인도 일정을 마친 직후 또 다른 블루오션인 UAE로 날아가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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