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 이후 3개월 만에 적립금 2조4000억원이 이동했다. 이전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새로운 회사로 적립금을 옮기려면 기존 계좌의 상품을 모두 매도해야 했다. 매도 후 재매수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계좌 이전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도입됐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며 새로운 금융사를 찾아 나서고 있다. 2조4000억원이라는 수치는 퇴직연금 무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결과다.이런 결과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투자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음을 시사한다. 은행과 보험사보다는 증권사에서 더 다양한 투자상품 선택과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은 증권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퇴직연금 투자를 위해 실물이전이라는 첫발을 잘 뗐다면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스텝이 꼬여 넘어지지 않으려면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첫 번째는 자신의 투자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투자는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변동성을 견디지 않고 높은 수익률을 얻기는 어렵다. 시장이 하락할 때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성향이라면 채권 중심의 보수적인 포트폴리오가 적합하다. 높은 변동성을 감내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싶다면 주식 비중을 늘려 공격적인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를 과도하게 설정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투자자 중에는 미국 시장 강세 덕분에 높은 수익률을 경험한 사람이 적지 않다. 작년 S&P500지수는 23%, 나스닥지수는 28% 이상 상승했다. 그 이전인 2023년에도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24%, 42% 올랐으니 2년 연속 강세를 보인 셈이다.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엔비디아,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결과다. 그러나 올해는 시장 환경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관세 정책이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과거에 기반한 높은 기대치는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을 투자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면, 그래서 투자할 베이스캠프 선택이라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면 이제는 그 이후의 전략적인 관리에 힘쓸 차례다.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고, 기대수익률을 현실적으로 설정하며, 자산 배분 전략을 철저히 세워보자.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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