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로 머리를 두어번 통통 두드린 거예요."
양익준 감독이 후배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5일 사건이 일어난 서울 성북구 한 주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배 폭행 혐의에 대해 해명했다.
양 감독은 지난해 12월 13일 본인이 일하는 주점에서 후배 영화 스태프 A씨의 머리를 종이 뭉치로 여러 차례 때리고 폭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가게 매출이 한 달에 340만 원밖에 되지 않아 우울하고 슬펐다. 가게를 접을까 고민하기도 했다"며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영화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 사건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양 감독은 A씨와 2024년부터 소규모 영화 워크숍을 진행하며 친분을 쌓았고, 그 과정에서 A씨가 약 1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문화센터 강사 자리를 소개했고, 강의료 지급이 늦어지자 45만 원을 직접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일, 양 감독은 A씨에게 워크숍을 열 것을 제안하며 모든 수강료를 A씨가 가져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받을 돈은 없었고, 수강료를 1만 원~3만 원 정도 받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A씨는 무료 강의를 원했다"며 "과거 나 스스로 챙기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B5 용지 15장으로 '아이고, 이놈아'라고 말하며 그의 머리를 두어 차례 가볍게 통통 쳤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후 A씨는 "양 감독이 20~30장의 A4 용지로 여러 차례 머리를 때렸다"고 주장하며 12월 30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양 감독은 사건 이후 A씨와 통화했을 당시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이후 중재자 B씨를 통해 만남을 주선했으나 감정이 격해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양 감독에게 두 가지를 인정하는 합의문을 요구했다. △ A4 용지로 폭행한 사실을 인정할 것, △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이야기를 영화 '고백' 시사회에서 발언한 점을 인정할 것이었다.
양 감독은 "폭력 감독으로 낙인찍힐 것 같아 합의문에 동의할 수 없었다"면서도 이후 감정이 정리된 후 "내가 부덕하고 모자라서 이런 상황이 생겼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와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어깨동무하며 사진도 찍었다고 전했다.
2월 19일 양 감독은 A씨에게 합의 서류 초안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A씨는 "사건이 내 손을 떠나 고소를 취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 감독은 "A씨가 나에게 몇 군데 법률 상담을 받았는데, 집이나 카페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이 이상했다. 폭행당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집에서 만나자고 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도움을 주려고 한 사람에게 내가 무슨 이득을 보겠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양 감독에 따르면 A씨는 "이 일을 오래 끌고 갈 필요가 없다"며 "인정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양 감독은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A씨에게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양 감독은 "사건 당시 가게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도 있지만, 만약 처벌이 나온다면 감수하겠다"며 "그러나 내가 폭행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판까지 한다면 사실과 다르게 법적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지만, 떳떳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A씨에게 "최초 합의문 그대로 진행할 생각이 있다면 중재자를 통해 내게 전달해 달라"며 "모레 검찰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받을 예정이니 그전까지 답을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양 감독은 지난달 12일 영화 고백 언론 시사회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도움을 주려고 만났지만, 폭행으로 고소당했다"며 "언론 보도 내용과 사실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까지 조종하고 유린해왔다. 이제야 그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양 감독은 2009년 영화 '똥파리'를 통해 감독, 각본, 주연을 맡으며 주목받았으며, 이후 '괜찮아, 사랑이야', '추리의 여왕', '나쁜 녀석들', 넷플릭스 '지옥' 등에 출연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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